약물복용 방법|전달체계 개선으로 효력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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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항암제가 들어있는 특수한「약물제형」을 만들어 어린이에게 일찌감치 이식 또는 복용시켜 평생 암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가능할까.
서울대약대 약학교육 연수원은 이 같은 방법들을 다루는 연구분야인「약물전달 체계」에 관한 워크숍을 18∼22일 제약협회 강당에서 개최한다(문의880-5953).
서울대약대 심창구 교수는『신약개발을 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오랜 시일이 필요해서 제약회사들이 엄두조차 내기 힘들지만 약물전달 체계연구는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어 앞으로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물전달계(DDS)는 일반적으로 ▲약의 1회 적용으로 효과를 최대한 오래 유지시키는 방법 ▲암 세포 등이 침투한 부위만을 골라 공격케하는 미사일 요법(타기팅) ▲주사와 복용이외의 피부방출형 약물 등을 주된 연구과제로 삼고있다.
미국은 피임약을 동물의 피부에 이식, 영구적인 피임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인체적용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 놓았다.
이 같은 개념이 발전하면 병원균의 침투를 곧장 알아채는 센서(감응기),약물을 서서히 조금씩 내보내는 시스팀화 된 약물방출 프로그램을 갖춘 특수제형으로 암의 근본적인 예방도 가능하다는 것.
어릴 때 이식한 이 제형은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침투하면 즉각 감지, 그 부위에 약물을쏘아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복강에 홍차봉지 같은 인슐린 백을 넣어 혈당치가 올라가면 인슐린을 방출해 혈당을 낮춰주고, 혈당치가 낮으면 인슐린을 내보내지 않아 당뇨병의 자동치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수는 이 같은 자동치료 기능을 가진 약물제형의 적용을 위해서는 몸 안에 오랫동안 있을 때 센서의 고장 등으로 부작용을 빚지 않도록 생체적합성 문제를 해결하고 약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16차 생리활성물질의 제어방출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주사약과 복용약 이외의 각종약물전달 수단에 관한 논문이 쏟아져 나와 이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는 물론 코·눈·잇몸 심지어 흡수력이 높은 여성의 질을 통해 인체의 다른 부위에 발생한 질병을 고치는 것을 겨냥한 연구논문이 쏟아졌다.
이중 코의 비 점막을 통해 약물을 흡수시켜 주사대신 쓸 경비 흡수제에 대한 연구개발은 유전공학 분야와 관련,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터페론·인슐린·인털루킨Ⅱ등 최근 유전공학적으로 개발된 제품의 거의 대부분이 주사약으로밖에 쓸 수 없어 환자가 꼭 법원에 가야만 하는 불편이 뒤따르므로 이의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고조되고있다.
주사는 혈관에 물리적으로 구멍을 뚫어 그 자체로 충격이 된다. 특히 주사제에 고형물 등 이물질이 섞여 있을 경우 이것이 핏속을 일생동안 돌거나 어떤 장기에 박혀 큰 부작용을 유발하는 수가 있으므로 만성병 환자에게는 별로 좋을 것이 없어 유전공학제품인 단백질약품의 전달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 약은 폴리머(중합체)를 이용한 것인데 먹으면 위안에서 약 껍질이 어느 정도 부풀어올라 커진 다음, 위에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해 소화돼 닳아 없어지는 식으로 1주일에 걸쳐 약물을 단계적으로 일정량 씩만 방출하게 된다.
약물전달 체계에 관한 국내연구도 최근 서울대·한국과학기술연구원·화학연구소 등에서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편 워크숍에서는 박중용·송석주·염수일 박사 등 미국 제약기업 연구소에서 활약중인 전문가들이 의료전달 체계의 개념과 제조기법에 대해 발표하게 된다.<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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