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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검찰, 내 목을 쳐라” 패스트트랙 사건 자진출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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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황교안 대표가 1일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당에 당부한다. 수사 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황교안 대표가 1일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당에 당부한다. 수사 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패스트트랙 투쟁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면 전적으로 당 대표인 제 책임입니다. 검찰은 제 목을 치십시오.”

“한국당 의원들은 출두 말라 #책임 있다면 당 대표인 내 책임” #민주당 “검찰 겁박하려는 쇼”

1일 오후 2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두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7일 남부지검이 패스트트랙으로 고발당한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서를 보내자, 황 대표는 이들을 대표해 남부지검을 찾았다. 황 대표는 검찰이 우선 소환한 20명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

포토라인에 선 황 대표는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투쟁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 또 그 2중대, 3중대의 불법적 패스트트랙 태우기에서 비롯됐다”며 “이 패스트트랙에 의한 법안 상정은 불법이었다. 불법에 평화적 방법으로 저항하는 것은 무죄”라고 했다.

당 내부를 향해선 “수사 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 말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겐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고 했다. 또 검찰을 향해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조국 장관 관련) 수사에 집중해라. 검찰의 전통이 그런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날 5시간 남부지검에 머물렀다. 조사를 받은 뒤 나오며 “불법을 토대로 한 것이기때문에 한국당이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같은 기조로 오늘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황 대표의 출두와 관련해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 상정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인데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소환 통보서를 받아 대표가 안타까워했다”면서 “대표가 책임질 테니까 나머지는 출석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여야 의원들을 수사 중이다. 고소·고발로 검찰에 송치된 의원은 ▶자유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09명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문 의장이 지난달 24일 검찰에 서면으로 진술서를 제출한 것과 달리 한국당 의원은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황 대표의 출두를 두고 “의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선제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이 조국 수사와 형평성 차원에서도 한국당에 칼을 겨눌 것”이란 우려가 강한 상태다. 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수사가 진행돼 혐의가 인정되면 내년 총선은 물 건너가는 거 아니겠나. 당을 위해 몸을 던졌는데 피해만 보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기습 출석은 검찰을 압박, 겁박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검찰 겁박 쇼”라고 비판했다.

이우림·신혜연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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