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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기 부활 위해…‘미끼상품’ 자처한 현주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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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농구 LG 현주엽 감독은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다. 최승식 기자

프로농구 LG 현주엽 감독은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다. 최승식 기자

프로농구 2019~20 정규시즌이 5일 개막한다. 요즘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오빠 부대’ 시절과 같은 스타가 없어서라고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보다 감독이 더 명성을 얻기도 한다. 프로농구에서 감독·선수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도 아마 창원 LG의 현주엽(44) 감독이 아닐까 싶다.

2019~20시즌 프로농구 5일 개막 #스타선수 없는 코트, 시청률 0.2% #욕 먹더라도 홍보 위해 예능 출연 #LG 하위권 예측에 “김시래 기대”

현 감독이 팔을 걷어붙였다. 인기를 좀 더 끌어올리려면 ‘미끼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미끼’로 내놨다.

현 감독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고기를 해체하는 모습. [KBS 화면 캡처]

현 감독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고기를 해체하는 모습. [KBS 화면 캡처]

현 감독은 지난달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9㎏ 소고기 해체쇼를 선보였는데, 큰 화제가 됐다. 도축업자처럼 능숙하게 생고기를 해체했고 ‘먹방’까지 선보였다.

그는 “정육점 사장님한테 배웠다. 소 한 마리를 발골해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예능은 보스가 일터에서 직원과 함께 하는 포맷인데, 현 감독은 직접 고기도 직접 구워 선수들에게 대접했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이 10%나 나왔다.

감독 3년차 현 감독은 멤버 변화가 많아 새롭게 준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천=최승식 기자

감독 3년차 현 감독은 멤버 변화가 많아 새롭게 준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천=최승식 기자

일각에선 “현직 감독이 농구에 집중하지 않고 예능에 출연하는 게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농구선수 출신 우지원(46)은 “현 감독이 욕먹는 데도 예능에 출연한 건 농구를 위해서다. 멋있다”고 옹호했다. 농구계 여론은 현 감독 결정을 지지하는 쪽이 우세하다.

최근 LG 훈련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찾아 현 감독을 만났다. 그는 “솔직히 농구 인기가 바닥이다. 이대성(29·울산 현대모비스)과 이정현(32·전주 KCC)이 농구 쪽에선 유명하지만, 대중이 얼마나 알아볼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농구장에서 팬을 기다릴 게 아니라, 나가서 불러와야 한다. 예능 출연으로 욕을 먹을 수 있지만, 농구 인기가 부활할 수 있다면 모두 다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998년 고려대 현주엽(왼쪽)이 연세대 서장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농구는 1990년대 드라마 마지막 승부처럼 치열한 대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TV 시청률은 0.2%대로 떨어졌다. 현주엽과 서장훈처럼 농구팬 아닌 사람도 아는 전국구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중앙포토]

1998년 고려대 현주엽(왼쪽)이 연세대 서장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농구는 1990년대 드라마 마지막 승부처럼 치열한 대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TV 시청률은 0.2%대로 떨어졌다. 현주엽과 서장훈처럼 농구팬 아닌 사람도 아는 전국구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중앙포토]

1990년대 농구 대잔치 시절 농구는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닐 만큼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 TV 중계 시청률은 0.2%대다. 지난해 10월 인터뷰 당시 현 감독은 “정 안되면 내가 선수를 예능에라도 데리고 나가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 그는 “1년 전엔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예능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농구 이야기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박도경 LG 홍보차장은 “현 감독이 원래 ‘농구에 집중하고 싶다’며 예능 출연을 거부했다. 섭외 요청도 20개 이상 거절했고, 광고도 고사했다. 3개월간의 설득 끝에 지난해 10월 예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현주엽 창원 LG 감독이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가드 김시래. [연합뉴스]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현주엽 창원 LG 감독이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가드 김시래. [연합뉴스]

현 감독은 “예전에는 식당에 가면 선수 대신 감독한테 사진 찍자고 해 무안했다. 다행히 선수들도 인기가 좋아져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준다”며 흐뭇해했다. LG 가드 김시래(30)가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친근감을 표시하자, 현 감독은 “내 얘기는 좀 더 길게 하라”고 농담을 건넸다.

팀을 처음 맡은 지지난(2017~18) 시즌 LG는 9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센터 김종규(2m7㎝)를 원주 DB로 떠나보낸 이번 시즌, 전문가들은 LG를 하위권으로 본다.

현 감독은 “현대모비스와 서울 SK가 우승 후보다. 우리는 높이가 낮아져 달리는 농구밖에 할 수 없다”며 “지난 시즌까지는 ‘종규만 잘하면’이었는데, 올 시즌은 ‘시래만 잘하면’이다. 시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스페인에서 뛴 캐디 라렌, 오리온를 거친 버논 맥클린에게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현주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5일 이상민(왼쪽)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과 개막전을 치른다. 지난 시즌에는 LG가 삼성에 우세였다. 현 감독은 첫 홈 개막전에서 스타트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중앙포토]

현주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5일 이상민(왼쪽)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과 개막전을 치른다. 지난 시즌에는 LG가 삼성에 우세였다. 현 감독은 첫 홈 개막전에서 스타트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중앙포토]

김시래가 “DB가 2017-18시즌 꼴찌 후보였다가 1위를 했듯, 우리도 못 하라는 법은 없다”고 맞장구쳤다. 현 감독이 “너무 세게 나간 거 아니냐”고 되묻자, 김시래는 “바꿀까요”라고 받아쳤다. LG는 5일 오후 5시 창원체육관에서 이상민(47) 감독의 서울 삼성과 개막전을 치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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