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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통과시키려 반대 위원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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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한 피해자가 1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금융당국의 조사와 계약 무효를 요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뉴스1]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한 피해자가 1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금융당국의 조사와 계약 무효를 요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뉴스1]

독일·영국 등 주요국의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1일 DLF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가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한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금감원, 불완전판매 정황 발견 #자료에 ‘만기상환 100%’ 강조 #무자격 직원이 불충분한 설명 #잔액 중 5784억 원금 반토막 날 듯

대표적인 사례로 영업점 성과지표(KPI)를 꼽았다. 우리·하나은행은 펀드 수수료 같은 비이자 수익 배점이 해외 금리연계형 DLF를 판매하지 않은 은행에 비해 높았다.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됐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판매 마케팅이 나온 배경이다.

◆내부통제 미흡=현재 금융사는 DLF처럼 투자위험이 높은 고위험상품을 새롭게 내놓으려면 상품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DLF 상품 출시를 앞두고 상품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해 승인했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한 후 찬성의견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완전판매 가능성=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중간검사 결과 20%(잠정치) 내외로 나왔다. 금감원이 주요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로 꼽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성향 설문 항목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거나 자격증이 없는 은행 창구 직원의 상품 판매, 설명의무 위반 등이다. 또 60대 이상 고령 투자자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DLF 투자자 중 60대 이상이 48.4%(1462명)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70대 이상 비중도 21.3%(643명)나 됐다.

우리은행 판매직원이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보낸 투자광고 메시지. [사진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판매직원이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보낸 투자광고 메시지. [사진 금융감독원]

◆리스크 관리 소홀=DLF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상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단순과거금리 추이를 기준으로 실시한 수익률 모의실험(백 테스트) 결과를 은행 직원 교육이나 상품 마케팅에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고객용 마케팅 자료에는 ‘만기상환 100%, 원금손실 0%’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 등 긍정적인 내용만 강조됐다.

여전히 DLF 만기 도래에 따른 원금 손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판매 잔액 6723억원 중 86%(5784억원)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추가로 예상되는 손실률은 52.3%(3513억원)다.

금감원은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하나·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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