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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초구는 당이 달라서” 조은희 “박 시장이 사과할 일”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초구 ‘편 가르기’식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개혁 촛불집회 화장실 논란 #박 시장 “우리 관할 아냐” 했지만 #집회 열린 반포대로는 서울시 소유 #“검찰에 이어 언론 개혁해야” 발언도

박 시장은 1일 오전 tbs FM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난달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잠시 참석했다"며 “많은 인파를 보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순 없다’고 느꼈다. 광화문 옛날 촛불시위처럼 사고 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 1000만 명 이상이 모였는데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나 폭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서초구라서 만만치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 관할이 아니다. 그렇지만 안전해야 하고”라고 말을 이어갔다. 진행자가 "화장실 문제라도 해결해 달라"는 요구하자 “길이라는 게 다 관할구역이 있다. 화장실 문제 등 요청이 많았다”고 대답했다. 진행자가 서초구청장과 협조가 잘 안 되느냐고 묻자 “당이 달라서… 그날도 다른 축제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은 1일 오전 “당이 달라서 이동화장실 설치가 안 된 것처럼 발언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달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 당시 서울시로부터 거리청소 협조 요청이 있어 서리풀 축제 마무리 청소와 함께 집회 후 현장을 청소했다는 설명이다.

서초구 환경미화원이 지난달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끝난 뒤 반포대로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 서초구]

서초구 환경미화원이 지난달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끝난 뒤 반포대로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 서초구]

또 이날 오전까지 이동 화장실 설치와 관련해 서울시에서 서초구에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11월 26일 5차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앞두고 서울시는 집회 참가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심 건물 화장실 210곳을 개방하고 이동식 화장실 16개 동을 설치했다.

서초구는 입장문에서 “대규모 집회에 따라 이동식 화장실 설치가 필요한 경우 서울시에서 설치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정쟁적 시각으로 구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로는 서울시 소유인 시도와 구청의 구도로 나뉜다. 기준은 도로 폭이다. 대략 20m(왕복 4차선 정도)가 넘으면 시도, 그 미만이면 구도로 구분한다. 집회가 열렸던 반포대로는 10차선으로 시도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이에 대해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화장실의 불편함을 야당인 서초구청 탓으로 돌려 정쟁을 일으키는 듯한 박 시장의 발언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울시에서 청소 협조 요청만 와서 정말 깨끗하게 청소했다. 화장실 요청은 없었는데,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발언해 마치 서초구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비쳐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박 시장의 발언 이후 촛불집회 참가자한테서 SNS 메시지로 공격을 받고 있다”며 “편 가르기 발언으로 서초구를 공격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박 시장이 사과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세금으로 녹봉 받으면서 당이 다르다고 집회 참석자들 화장실 사용도 못 하게 한다는 것은 세상 어디에 있는 후진국 논리입니까? 공산당도 그러지는 않을 것 같네요. 구청장님도 제 세금으로 지은 구청장실 화장실 등 앞으로 사용하지 마시고 댁에 있는 화장실이나 사용하세요’ 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날 또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최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된 것처럼 쓴다”며 “검찰에 이어서 언론 개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징벌적 배상의 원칙이 있어 보도 하나 잘못하면 100억원의 배상금을 물리기도 한다”며 웨스트모얼랜드 대 CBS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단 누가 주장하면 (한국 언론이) 그대로 쓴다. 그러면 그게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국민은 바라보게 된다. 곧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이럴 때는 전쟁이다. 국회의원들이 보도자료를 하루에 수백 건씩 낸다. 언론은 (검증 없이) 다 쓴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수사하는 것은 박수칠 일”이라면서도 “두 달에 걸쳐서 먼지털기식 무자비한 수사가 이어지고 그것이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피의사실 흘리기가 계속되면서 국민이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며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를 많이 두고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특수부는 검사가 직접 수사하다 보니 명예가 걸리니 무리하게 되는데 형사부 강화를 통해 인권 침해 등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친인척 채용 비리는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시장은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은 잘못됐다”며 “외주업체 직원에서 공사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배제할 사람은 배제했다. 이미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사람을 일반직으로 처우를 바꾸는 문제는 우리의 경영권과 인사권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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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의역의 김군 사건, 화력발전소에서 억울하게 죽은 김군 사건 등이 다 직결돼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외주를 준 것인데 위험의 외주화가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어서 이런 사람들을 직고용한 것”이라며 “이것(직고용)은 칭찬받고 상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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