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상심리사 없고 의사 근무 짧아…치매안심센터 인력은 '부재중'

중앙일보

입력

치매안심센터에서 한 치매 어르신이 종이접기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치매안심센터에서 한 치매 어르신이 종이접기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어요. 주변 지역도 다 비슷한 사정입니다. 정규직 공무원 자리를 보장해줘도 안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무래도 대도시보다 인력 풀이 적은 군 단위에서 인력난이 더 심하죠."

충북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치매안심센터에서 일할 임상심리사가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이곳의 치매안심센터도 임상심리사 자리는 비어있다. 그나마 환자 면담과 검사 등을 맡아줄 협력 의사(촉탁의)는 쉽게 구한 편이다. 지역 내 신경과 의사가 있고 치매 관리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없는 다른 지역은 ‘협력 의사 모시기’에 애를 태운다.

김상희 의원 치매안심센터 국감 자료 공개 #센터 32%만 임상심리사 채용, 인력난 여전 #협력의사, 센터 30%서 '주 4시간 이하' 근무 #"인력 수급 어려우면 인센티브 등 대책 필요"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그해 말부터 전국에 256개 치매안심센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치매 노인과 가족들이 상담부터 검진, 휴식, 사례관리까지 통합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가장 중요한 의사ㆍ임상심리사 등 전문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들이 당초 목표와 달리 체계적인 관리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30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전문 인력 정원은 총 6284명이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4196명(66.8%)에 그쳤다. 특히 치매 조기 검사의 첫 관문인 신경심리검사를 맡아야 할 임상심리사 부족이 심각하다. 전국 256개 센터 중 82곳(32%)만 임상심리사를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안심센터 검진 절차. [자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치매안심센터 검진 절차. [자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치매안심센터는 만 60세 이상 신청자를 대상으로 기초면담 후 신경심리검사를 거쳐 감별ㆍ진단ㆍ선별 등 치매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센터는 협력 의사와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를 각각 한 명 두게 돼 있다. 하지만 센터 10곳 중 4곳 가까이는 아예 임상심리사가 없다. 임상심리사를 3명 채용한 센터는 단 1곳, 2명 채용한 센터도 14곳에 불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임상심리사가 부족한 지역은 법적 예외를 둬서 별도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대신 검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임상심리사가 없는 센터 중에는 등록 치매 환자가 8800여명(전북), 4600여명(경남)이나 되는 곳도 있다. 수많은 환자를 간호사가 맡아서 검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매 검사 전 기초면담과 최종 진단 등을 위해 촉탁하는 ‘협력 의사’도 충분치 않다. 현재 모든 센터는 협력 의사를 한 명 이상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근무 시간이 문제다. 2017년만 해도 협력 의사는 주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지역 상황에 따라 안정적으로 센터 업무를 맡아줄 의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자 올해 들어 규정이 바뀌었다. 협력 의사 수를 늘려 각 의사의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진단 검사자가 10명 이하일 때 주 4시간 근무를 허용해주는 식의 예외를 둔 것이다.

주로 농어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가 전문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이들 지역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치매 관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주로 농어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가 전문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이들 지역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치매 관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관련기사

현재 협력의사가 주 4시간 근무하는 센터는 74곳에 달한다. 4시간 아래로 근무하는 센터도 3곳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0% 수준이다. 특히 충남, 충북, 강원, 전북 등의 의사 근무시간이 짧은 편이다. 김 의원은 "초기 면담은 거의 못 하고 최종 진단 검사만 의사가 맡는 센터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김상희 의원은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협력 의사ㆍ임상심리사 부재 등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는 노인이 있으면 치매국가책임제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협력 의사 수급이 어려우면 근무시간을 줄이기보다 협력병원 지정, 추가 인센티브 등 다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