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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방한 뉴스 두고 국회 정보위원장 "혼란스럽다"고 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어제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 날이었다."

이혜훈, 24일 정보위 브리핑 비판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25일 한 얘기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정보위 브리핑 전후를 소개하면서다. 이런 문답이 오갔다.

(국가정보원이) 10월 6일경에 김정은 위원장 방중 가능성도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10월 6일이라고 국정원이 얘기한 건 아니었다. 국정원이 (정보위 간사들을 통해) 브리핑해 달라고 한 문건엔 뭐라고 돼 있느냐면, 기가 막힌다. ‘과거 북한이 북·중 수교기념일(10월 6일)에 방중한 전례도 있고 북·미 회담 전에 방중한 전례도 있으므로 방중 가능성이 있어서 주시하고 있다’다. 10월 6일 날 방중이 거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또 좀 다른 얘기지 않나.
혼란스럽다고 한 이유인가.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한 게 UN총회 연설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하면서 북·미관계 진전을 국민이 기다렸는데 그런 얘기가가 언제 안 나온 상황이었다. (언론이) 비판적인 논조를 이어갈 그런 날이었는데 묘하게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어떻게 보면 브리핑을 하게 유도함으로써 뭐라고 그래야 되나, 대통령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워싱턴에 가서 얻어 오신 것처럼 그렇게 국민들이 보게 됐다.
국회 정보위가 24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훈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9.9.24

국회 정보위가 24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훈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9.9.24

전날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정보위 전체회의와, 그 직후 여야 정보위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의원의 브리핑을 통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방한 가능성 등이 알려진 과정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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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국정원이 정보위 회의 후 국가기밀 등을 감안, 간사들에게 브리핑이 가능한 내용을 정리한 서면 자료를 배포한다. 그런데 이번엔 실제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과 달랐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2~3주 내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및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그 예로 꼽았다. 한 정보위 관계자도 “회의 내용과 브리핑 자료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건 드문 일”이라며 “간사들이 브리핑 직전에야 자료를 받는데,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없으니 그대로 읽었다가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김정은 답방설’의 경우 간사들의 브리핑 내용이 '과도한 해석'이란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11월에 한‧아세안 회의에 김정은이 오느냐고 물었을 때 ‘북핵 진전이 있어야 오지 않겠느냐’고 답변한 것을 간사가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보위 브리핑 후 ‘김 위원장이 11월 부산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오신환 의원 등 정보위원들이 취재진에게 수위 조절을 요청하는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25일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예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게 너무 확정적으로 앞서나간 발언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뉴스1]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뉴스1]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뜬금없이 김정은 답방설을 흘렸는데, 성사 여부와 별개로 경호‧질서 유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다 해도 말을 아끼는 것이 상식”이라며 “결국 조국 덮기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정권 유지 수단은 북풍밖에 없는가”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상이몽 정상회담을 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께서는 현실을 직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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