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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평 → 32평 재건축 땐 3억6000만원 현금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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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13평형을 32평형으로 재건축하려면 조합원당 3억6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13평형 시세 6억5000만원에 3억6000만원과 금융이자를 보태면 재건축 원가만 11억원을 웃돈다는 얘기다.

19일 개포지구 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재건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재건축 후 32평형을 배정받을 현재 13평형의 가구당 재건축부담금이 2억여원으로 추산됐다.

재건축추진위는 현재 80%인 용적률을 재건축에 따라 200%로 높이되 가구 수는 현재대로 짓는 것을 전제로 했다. 또 입주시점(2012년)의 아파트값은 도곡동 도곡렉슬의 현 시세에 연간 집값 상승률 3%를 적용해 13억원이 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이 내는 재건축부담금은 1명당 2억455만원이다. 장덕환 추진위원장은 "강남구는 최근 집값이 연 10% 이상 올랐다"며 "하지만 앞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집값 비교 대상인 도곡렉슬의 상승률을 낮게 잡았기 때문에 부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공사비 1억6000만원(평당 500만원×32평)을 보태야 한다.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이 적어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사비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결국 조합원이 부담하는 총 비용은 3억6000만원을 웃돌게 된다.

개포지구 내 다른 저층 단지들도 평형과 용적률이 비슷해 재건축부담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개포지구에는 주로 10평대의 5층짜리 8개 단지 1만3000여 가구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개포지구는 이 같은 부담금 외에도 용적률이 재건축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로 구청의 용적률 계획안(177%)이 결정되지 못해 지난해 말 사업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용적률이 200%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나빠진 투자성이다. 13평형에서 32평형으로 갈아타는 데 들이는 원가만 11억원을 넘을 정도로 부담이 커진 데다 당장 3억6000여만원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공2단지 이영수 추진위원장은 "부담금과 공사비를 합친 3억6000여만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재건축을 못하겠다는 주민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담금이 입주 후 매매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인근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재건축컨설팅 업체인 J&K의 백준 사장은 "부담금 등 재건축에 들어간 비용이 집값에 반영돼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K건설 임원은 "부담금이 많아 투자성이 떨어졌지만 용적률 200%만 확보되면 사업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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