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에 대한 검찰의 트라우마가 조국(54) 법무부 장관 수사를 불렀다”
전 검찰 고위관계자는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른바 ‘최순실(63·최서원으로 개명)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늑장 압수수색으로 곤욕을 치렀던 기억 때문에 조 장관 의혹 관련 수사를 늦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은 2016년 말 압수수색을 늦게 들어간 일을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다”고 말했다.
前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 윤석열의 결단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입시부정·사모펀드·웅동학원 등 조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 약 1달이 지났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고려대·웅동중학교·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등 30여곳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전 주부터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검토하고 영장 청구서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수사에 돌입한 상태였다고 한다.
조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결단 때문에 시작됐다.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들은 이 배경에 최순실 사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도 특검팀에 파견돼 근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 장관 관련 사건의 주무 수사 부처다.
1달 늦은 압수수색 때, 여론 몰매로 곤욕
검찰은 2016년 10월 26일 최씨의 주거지와 거처 등 4곳과 미르·K스포츠 재단,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6년 9월 중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같은 달 29일 시민단체가 최씨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1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압수수색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은 이미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문을 닫기 전 최씨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이미 폐기돼 있었다고 한다. 사건 관계자들이 말을 맞춘 데다 상당수 증거가 인멸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검찰은 정치권과 여론의 몰매를 맞아야 했다.
검찰 "더 늦으면 증거 찾기 어렵다고 판단"
검찰이 지난달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결정한 데에는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씨와 이상훈(40) 코링크PE 대표를 비롯한 사모펀드 핵심 관계자들이 해외로 출국한 정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조씨와 이 대표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문제 되자 해외 출국 전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진술이 아닌 객관적 증거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낼 수 있다”며 “압수수색 시점이 늦어졌다가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사 1달 만에 수사망 좁혀가는 檢
검찰의 수사망은 조 장관과 그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향해 좁혀 들어가고 있다. 조 장관 딸(28)과 아들(23)이 표창장과 인턴증명서 등을 발급받은 동양대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는 마무리 수순에 다다랐다. 조 장관 아들이 2013년 인권법센터에서 이례적으로 인턴 예정 증명서를 발급받은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60) 형사정책연구원장까지 20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등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연일 그를 조사하면서 정 교수와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로부터코링크PE 설립자금이 정 교수로부터 나왔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 교수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