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미묘한 대립|이지관 총장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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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시부정으로 구속됐던 동국대 이지관 총장이 5일만에 법원의 구속적부 심에 따른 석방 결정으로 풀려남으로써 법원-검찰 관계가 미묘해졌다.
법원의 석방결정 직후 검찰이 즉각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전례 없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검찰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반면 대학가·불교계는 물론 일부 재야 법조계에서까지 이 총장 구속의 부당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석방결정에 수긍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원이 내세우는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 수사 원칙」과 검찰의 「사회 비리 척결」이 맞붙어 주목을 끌었지만 양측 모두 매끈하게 일 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법원 입장=일반적으로 구속적부 심에 따른 석방은 ▲잘못된 구속 ▲구속후의 중대한 상황변동이 있을 경우 내려진다.
이 총장의 경우 법원은 ▲이 총장이 피의 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있고 ▲이미 드러난 증거에 대한 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으며 ▲이 총장이 대학을 이끌고 있는 교육자이자 불교계의 지도적 인사라는 점을 들고있다.
또 이 총장만 구속하는 것은 유사한 부정입학 사례가 발견된 다른 대학 관계자들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총장이 학교실무자들의 기부금 입학 건의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부금으로 받은 전액을 부속병원 설립을 위한 재원이나 학교 통장에 입금시켰고 개인적으로 횡령·착복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 석방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구속전후의 중대한 상황변동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의 석방결정 이유는 결국 이 총장 구속이 잘못된 것이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뜻으로 볼밖에 없다.
◇검찰 입장=검찰은 법원의 석방 이유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이 영장발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 총장의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와 석방 결정을 할 때가 전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그동안 보강수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석방한 것은 법원이 사회일부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른 학교 관계자와의 형평에 대해서는 더욱 반발이 심하다. 이 총장은 직접 범행에 가담했고 피해자가 46명이며 학교간부들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입시부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학교 일부 교직원의 비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이 총장을 불구속할 경우 앞으로 다른 대학 총장의 입시부정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 총장과의 「형평」때문에 구속할 수 없게되므로 대학입시 부정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셈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또 이 총장을 사회적·종교적 지위 때문에 석방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이론이라며 권위와 윤리가 가장 강조되어야할 대학총장·종교계 지도자가 입시부정으로 국민들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준 것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후유증=검찰조직의 특성 때문에 조직적인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 총장의 석방이 검찰에 남긴 상처는 상당히 깊을 것이 틀림없다.
특히 최근 국가보안법 개정의견서 파문으로 검찰의 입지가 어려운 시기여서 검찰로서는 설상가상 격이다.
자칫 법원과의 감정대립까지 예상할 수 있으나 민주화 과정에서의 시련으로 보고 법원·검찰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
특히 법원의 이 총장 석방과 관계없이 대학입시 부정·비리는 계속 철저히 파헤쳐 이 기회에 뿌리를 뽑는 것이 검찰 명예회복의 지름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속적부 심=17세기 영국의 인신보호법에서 확립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1·2·3공화국 때 모든 형사범에 허용됐으나 유신헌법 때는 채택치 않았다. 이후 5공 헌법에서는 국가보안법 사범, 단기5년 이상의 징역·금고형 사범, 검찰인지 사건을 제외하고 구속적부 심이 허용됐으나 6공 헌법에서는 전면 허용됐다.
현재 구속적부 심 신청에 의한 석방율은 4O% 이상이며 법원이 구속적부 심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이 항고를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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