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장관 임명과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금도’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정치적 금도를 지켜라” “민주주의 금도를 넘었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금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자어로 금도(禁盜)와 금도(襟度)다. 앞의 금도(禁盜)는 도둑질하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이 도둑이 아닌 이상 이런 말을 할 리는 없으니 이 단어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
나머지 단어인 금도(襟度)는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을 뜻한다. 금(襟)은 ‘옷깃 금’자로 옷깃·가슴·마음 등을 의미한다. 주로 사람의 마음가짐을 가리킨다. “병사들은 장수의 금도에 감격했다”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이 ‘금도’ 역시 정치권에서 자주 쓰는 ‘금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금도를 어떤 뜻의 단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금지할 금(禁)’자와 ‘법도 도(度)’로 이루어진 금도(禁度)를 연상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이런 단어라면 일정한 한계, 넘어서는 안 되는 선 등의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없는 말이다.
금도(禁度)라는 단어가 없으므로 “정치적 금도를 지켜라” “민주주의 금도를 넘었다” 등과 같은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사전에 금도(禁度)라는 단어를 올리는 것이 한 가지다. 그럴 수 없다면 다른 말을 쓰는 것이다. “정치적 정도를 지켜라” “민주주의 선을 넘었다” 등처럼 문맥에 맞게 ‘정도’나 ‘도’, ‘(일정한) 선’ 등으로 바꾸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