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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80% 초반에 묶인 하이패스 보급..."내 이동 경로 노출 싫어" 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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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시스템은 2000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중앙포토]

하이패스 시스템은 2000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중앙포토]

 '하이패스(hi-pass)'.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를 세울 필요 없이 속도만 줄여서 통과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지불되는 시스템입니다.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익숙한데요.

 하이패스가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6월 말입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 청계, 성남영업소 3곳에 하이패스 차로가 개통된 건데요.

 이들 영업소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요금을 내는 '개방식' 영업소입니다. 이곳을 통과해도 계속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는 방식입니다.

 하이패스 2000년 첫선, 7년 뒤 전국 확대

 반대로 요금을 내고 나가면 고속도로를 벗어나게 되는 곳이 '폐쇄식' 영업소인데요. 폐쇄식 영업소에 하이패스가 최초로 도입된 곳은 서울, 수원, 기흥, 오산, 동수원, 북수원 등 6곳입니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영업소에 하이패스 차로가 설치돼 전국적으로 운영이 시작된 건 2007년 12월 20일입니다. 현재 전국의 하이패스 차로는 모두 1332개로 늘었습니다.

서울 톨게이트에는 2007년 하이패스 시스템이 도입됐다. [중앙포토]

서울 톨게이트에는 2007년 하이패스 시스템이 도입됐다. [중앙포토]

 하이패스를 이용하면 무엇보다 통행료를 내기 위해 줄을 서서 차를 세우고, 요금수납원에게 현금이나 카드를 건네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하이패스는 빠른 속도로 보급됐는데요. 고속도로 이용 차량 중 하이패스 비율을 나타내는 '이용률'을 보면 2007년 15.6%에서 4년 만인 2011년에는 50%를 돌파했습니다.

 이어 2015년에는 71%를 넘어섰고, 지난해 80.6%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7월 현재 이용률은 81.9%인데요.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률도 83.5%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용률 80% 초반에서 제자리 걸음 

 이 같은 추세라면 90%도 돌파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정작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보급이 더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이용률은 92%가량 됩니다.

 하이패스 보급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진단인데요. 도로공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지난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입니다.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는 수납원에게 직접 요금을 내는 걸 선호한다. [중앙포토]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는 수납원에게 직접 요금을 내는 걸 선호한다. [중앙포토]

 당시 도로공사에서는 하이패스 미사용자를 대상으로 왜 하이패스를 쓰지 않는지를 물었는데요. 가장 많은 대답은 "필요가 없어서"로 49.9%였습니다.

 주로 시내 등 가까운 지역만 운행하고 고속도로를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이패스가 별로 필요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답변이 눈에 띄는데요. 바로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서"입니다. 14.7%가 이렇게 답을 했는데요. 하이패스를 이용한 내역이 혹시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겁니다.

하이패스 이용내역이 혹시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 [중앙포토]

하이패스 이용내역이 혹시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 [중앙포토]

 "이동 경로 유출될까 하이패스 안써"  

 하이패스 이용내역은 도로공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일단 보관됩니다. 미납 차량 기록은 완납 때까지 보관하고, 일반 통행정보는 30일간, 영상정보는 7일간 보관 뒤 폐기한다는 게 도로공사 설명입니다. 도로공사 영업시스템처의 최갑순 차장은 "이용내역은 암호화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쉽게 유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스마트톨링은 하이패스가 없는 차량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료를 합산 청구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스마트톨링은 하이패스가 없는 차량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료를 합산 청구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하지만 보관 기간에 특정 차량의 이용내역(이동 경로 등)이 의도치 않게 유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하이패스 장착 여부와 상관없이 차량의 이동 경로가 확인되는 상황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요. 바로 '스마트톨링(Smart Tolling)' 시스템 또는 '원 톨링(One Tolling)' 시스템의 보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11월에 민자고속도로에 처음 도입된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인데요. 차량이 이 시스템을 통과하면 영상 인식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중간 정차 없이 최종 출구에서 통행요금을 일괄 수납하게 됩니다.

 민자고속도로와 도공 고속도로를 연계해서 이용하는 경우에도 관련 정보가 최종 영업소에 전달돼 요금이 합산된다고 하는데요. 하이패스보다 더 발전한 시스템인 셈입니다.

 '원 톨링'에선 하이패스 없어도 저장  

 하지만 이렇게 원 톨링 시스템을 이용한 내역 역시 자동으로 저장되는데요. 민자고속도로 구간만 이용한 경우는 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도공 영업소로 나간 경우에는 도공에서 그 정보를 보관합니다.

 보관 방식과 기간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 하게 되며, 도로공사의 경우 하이패스 기록과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보관한 뒤 폐기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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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향후 고속도로를 이용한 내역은 운전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보관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또 그만큼 정보 유출의 우려 역시 커질 수 있는 건데요.

 첨단 시스템을 활용한 편리한 고속도로 운영 못지않게, 개인정보도 철저히 보호하는 게 앞으로 고속도로 운영사들의 큰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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