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출근길에 나서기 전에 맨 먼저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스마트 폰에 설치해놓은 앱(App) 인데요.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앱 하나로 최적경로 찾고 택시, 따릉이 예약까지..마스(MaaS)의 등장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A 씨는 앱에서 회사나 거래처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우선 검색합니다. 그러면 버스와 지하철, 택시, 자전거에 전동킥보드, 때론 공유 차량까지 이용 가능한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조합된 방법이 제시되는데요.
가장 빠르게 가면서도 걷는 건 최소화하거나, 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등 여러 선택지가 제공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는 'ㅇㅇㅇ 길찾기' 수준입니다.
앱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 예약, 결제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들어가면 타야 하는 버스의 도착 예정시간과 지하철 도착 예정 시간 등을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 씨는 "새로 설치한 앱 덕분에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 출발해야 하는 시간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합니다.
또 거래처를 가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에는 앱 안에서 바로 호출예약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공용자전거인 '따릉이'나 최근 등장하고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역시 예약과 결제가 가능하다는군요.
공유차량(카쉐어링)이 필요할 때도 앱 안에서 이용 가능한 위치와 차량정보를 바로 확인해서 예약해놓을 수 있는데요. 익숙지 않은 지역에 있을 때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또는 주차장을 찾는 기능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앱만 스마트폰에 설치해놓으면 출근길은 물론 비교적 낯선 지역을 가게 되더라도 꽤 든든할 것 같은데요. 앞서 적은 A 씨 사례는 이 앱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기 위한 가상 상황입니다.
지난 4월 출시된 무료 앱 '하이무브'
하지만 이 앱은 분명 지금 있습니다. 바로 '하이무브'입니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립대, 현대자동차스타트업팀, 그린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4월 출시한 겁니다.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이무브'는 왜 만들었을까요? 여기서 먼저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라는 요즘 교통서비스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개념을 하나 짚고 가야 합니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서비스로서의 이동 또는 교통' 정도가 될 텐데요. 조금 풀어서 얘기하면 '통합 이동서비스' 정도로 불러도 될 듯합니다. 마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건 사실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주로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데요.
마스의 선두주자인 핀란드의 'MaaS Global(마스 글로벌)'은 "(마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운송업체의 옵션을 결합해 한 번에 계획 및 결제가 가능하며 사무실 출퇴근부터 주말 활동까지 택시, 대중교통, 렌터카, 자전거 공유 등 가장 적합한 옵션을 선택하여 가장 스마트한 방법으로 활동을 관리하는 서비스"라고 정의합니다.
통합 이동서비스 제공, 마스(MaaS)
한마디로 스마트폰에 마스 앱 하나만 깔아놓으면 출퇴근에서부터 레저활동까지 몇번의 클릭만으로 필요한 모든 교통수단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결제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최초의 마스앱 서비스는 핀란드의 마스 글로벌이 2016년 수도 헬싱키에서 시작한 'Whim' 서비스인데요. 핀란드 정부와 에릭슨, 지멘스, 우버 등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무료 이용부터 일정 요금을 내고 그에 맞는 특정 서비스를 받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시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과 스웨덴에서도 2~3년 사이에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마스가 지금은 대중교통수단의 통합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호텔, 펜션 등 숙박 관련 서비스에까지 영역이 확장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마스가 활성화되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이용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교통수단을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장점 덕분에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들게 돼 도로 혼잡도 꽤 감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배기가스 배출량도 줄어들어 공기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마스 시스템을 다른 사업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중교통 이용 늘고 정체 해소 효과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마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겁니다. '하이무브'가 탄생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인데요.
하지만 국내의 마스는 아직 시작단계입니다. 하이무브의 경우 서비스 범위가 서울과 수도권에 제한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데요.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아 사용자가 아직 얼마 안 됩니다. 또 아이폰 사용자는 앱을 다운받으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스가 좀 더 활성화되려면 지역에 특화된 앱, 그리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앱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보다 더 개발돼야 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포함되지 않은 다른 교통수단들 역시 더 참여시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 앱이 아무리 잘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해당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불편하다면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버스, 지하철, 택시, 공공자전거 등등 각 교통수단의 서비스를 보다 향상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야 마스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그에 따른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