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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젊은 인재, 예전에 뭘 했느냐보다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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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혜인 BAT 그룹 인사총괄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통계청 ‘통계플러스 2019 여름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성 관리자 비중이 가장 낮은 것(12.3%)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여성이 영국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으로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어떻게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에 우뚝 선걸까. 그 해답을 듣기 위해 김혜인(사진) BAT 그룹 인사총괄을 지난달 23일 만나 글로벌 기업의 차별화된 인사제도의 특징,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0여 개국 5만5000여 명의 BAT(British American Tobacco) 그룹 임직원의 인사관리를 담당하고 그룹 경영진 14명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BAT 그룹 경영진 14명 #한국인 최초로 선임돼 #5만5000여 명 인사 관리

BAT 그룹 경영진 14명 중 한 명이 됐다. 한국인으론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BAT 그룹은 영국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고, 지난해 매출만 35조원을 기록할 만큼 큰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다. 나는 이곳에서 5만5000여 명의 전체 임직원에 대한 인사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인사를 담당하는 1000여 명의 임직원 관리도 한다. 이와 함께 14명으로 구성된 그룹 경영진에서 활동하며, 인사 관련 제도 등을 그룹 CEO에 직접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국내 기업과 차별화된 BAT 인사제도의 특장점이 궁금하다.

“국내 기업을 거쳐 BAT로 입사했는데, 처음 이곳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경력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은 ‘어떤 일을 했었는지’처럼 예전 성과를 중요시하고 이를 면접에서 필수적으로 물어봤다면 이곳은 달랐다.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원한 업무 말고 다른 업무를 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기업이 근무자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궁금해하고 직원들의 경력을 함께 설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근무자가 새로운 업무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려고 하는 자질을 키우도록 장려한다. 즉 경험뿐 아니라 직원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북돋아준다.”

인사제도가 잘 정립됐어도 여성으로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여성이어서 차별을 받거나 일할 때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개인 성과로 철저하게 평가 받으므로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효율적으로 해내는 데만 집중했다. 소수를 의미하는 ‘마이너리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남성이 마이너리티가 될 수 있고, 여성이 마이너리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난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안돼’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상대적인 생각은 버리고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다양성을 중시하는 BAT 그룹은 여러 국가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인기도 좋다. BAT 그룹 글로벌 채용 사이트에 매달 17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다. 이처럼 많은 국가 출신의 임직원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한국 직원들은 대체로 ‘추진력 있고 일 처리가 빠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사례로 피지 공장에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한국 직원이 1년간 피지로 파견 갔는데 8개월 만에 문제를 모두 해결해 원래 계획보다 4개월이나 빠르게 복귀한 일이 있었다. 이를 보고 모두가 놀라워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BAT 공장의 근무 인원이 지난 3년간 300% 늘었던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지.

“맞다. 사천에 있는 BAT 공장은 지속해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국가에 있는 BAT 공장들과 비교해도 품질·생산성·노사관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그룹 안에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사천 공장에서는 15개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던 일본 판매 제품까지 최근엔 사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을 정도다. 그룹 안에서 여러 국가의 공장들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사천 공장은 높은 점수를 받아 최근 3년간 2000억원의 그룹 투자를 추가로 받아 직원 수도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BAT 그룹이 직원을 뽑을 때 항상 외치는 말이 있다. ‘너만의 다른 점을 가져와라(Bring your difference)’는 것이다.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나라면 이런 상황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는 연습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혜인인사총괄
-연세대 영어영문학 학사
-뉴사우스웨일스대 노사관계·조직행동학 석사
-전 BAT 아태지역 인사총괄
-전 삼성생명·PwC(IBM 컨설팅 서비스부문) 근무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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