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CC-TV 女앵커…애국 외치며 정작 아들은 미국 국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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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TV에서 도서 낭독 프로그램 ‘낭독자’ 등의 사회자로 유명한 둥칭(董卿·46)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CC-TV 캡처]

중국 CC-TV에서 도서 낭독 프로그램 ‘낭독자’ 등의 사회자로 유명한 둥칭(董卿·46)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CC-TV 캡처]

중국 CC-TV에서 도서 낭독 프로그램 ‘낭독자’ 등의 사회자로 유명한 둥칭(董卿·46·오른쪽)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CC-TV 캡처]

중국 CC-TV에서 도서 낭독 프로그램 ‘낭독자’ 등의 사회자로 유명한 둥칭(董卿·46·오른쪽)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CC-TV 캡처]

중국의 새 학년이 시작되는 1일 중국중앙방송(CC-TV)의 연례 애국주의 교양프로그램 ‘개학 첫 수업(開學第一課)’의 여 앵커 둥칭(董卿·46)의 발언이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다음 달 1일 신중국 성립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애국주의 선전 활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주제로 제작된 프로그램의 앵커가 미국 원정출산 의혹에 친아들이 미국 국적을 갖고 외국인 학생을 위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지난 1일 오후 8시(현지시간) CC-TV 1채널에서 전 중국에 동시 방송된 2019년 ‘개학 첫 수업’은 ‘오성홍기,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를 주제로 애국주의를 강조했다. 최근 홍콩 시위대의 오성홍기 훼손 사건과 차이나치(중국+나치) 깃발까지 등장하면서 분노한 중국 당국의 속내를 반영한 셈이다. 둥칭 앵커는 국민당과 내전 당시 비밀 공산당원이 홍기를 간직했던 이야기를 소개한 뒤 “오늘날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듯이 오성홍기를사랑해야 한다”며 “국기는 신성불가침하기 때문”이라고 훈계했다. 이어 녹화장에 나온 어린이들을 향해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애국을 강조했다.

중국 CC-TV 유명 앵커 둥칭(董卿)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애국주의를 강조했지만 정작 아들 원정출산에 미국 국적을 비판하는 SNS의 글. [웨이보 캡처]

중국 CC-TV 유명 앵커 둥칭(董卿)이 지난 1일 방영된 ‘개학 첫 수업’에서 애국주의를 강조했지만 정작 아들 원정출산에 미국 국적을 비판하는 SNS의 글. [웨이보 캡처]

프로그램이 나가자 CC-TV 게시판에 네티즌 반발이 쇄도했다. 둥칭이 미국 유학 시절 아들을 낳아 원정출산 의혹이 있으며 미국 국적의 아들이 상하이 국제학교에 다니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홍콩 빈과일보는 7일 둥칭 사건을 전하며 “반미(反美)는 직업, 도미(渡美)는 생활” “미국 출산이 잘못은 아니다. 단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니 반감을 사는 것” “표리부동한 사람을 가장 혐오한다” “아이를 어디서 낳건 개인의 자유로 잘못이 없다. 애국을 외치는 사람이 아들 국적을 외국으로 바꾼 것을 질타하는 것 역시 이치에 맞다” 등의 네티즌 반발을 소개했다.
중국의 각종 매체도 둥칭 비난에 합류했다. 인터넷 매체 왕이(網易)는 6일 『논어』의 “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물욕물시어인)”와 “말보다 몸소 행동으로 가르치는 것이 낫다(身敎勝于言敎)”는 등의 옛 격언을 인용하며 둥칭을 비난했다.
둥칭은 논란이 불거지자 “아들의 미국 국적은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기 위해서”라며 “애국심과 국적은 충돌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네티즌의 반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 CC-TV 앵커 가족의 국적 논란은 둥칭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30일(베이징 시간) 미국 폭스비즈니스 채널의트리스 리건 앵커와 논쟁을 벌인 CC-TV의 류신(劉忻) 앵커도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국적의 터키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건국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앞두고 둥칭 파문에 난감한 상태다. 이미 CC-TV ‘개학 첫 수업’ 공식 웹사이트의 시청 소감 중 비판성 글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SNS에는 둥칭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보를 비판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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