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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머니 외교, 대만 태평양 솔로몬 군도마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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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수도 호니아라. 최근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수도 호니아라. 최근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인구 60만의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군도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솔로몬의 한 국회의원에 따르면 중국이 수교를 위해 솔로몬 발전을 위한 펀드를 제안했으며 대만은 현재 연간 솔로몬에 850만 달러(102억원)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놓고 홍콩 명보는 6일 베이징이 은탄(銀彈·현금)으로 수교를 유혹하고 솔로몬은 대만과 관계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솔로몬의 국회의원 피터 아고바카(Peter Agovaka)는 의회 외교위원회에 “다음 40년간 우리의 친구인 대만과 함께할 수 없다”며 “지금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관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다룰 것이며 하나의 중국 정책은 베이징만을 공식적인 행정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회의원인 존 모파트푸구이는 “양여금이나 융자, 혹은 선물로 이뤄진 기금을 베이징이 제공할 것”이라며 “농촌 개발 기금을 제공하는 문제를 베이징 당국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솔로몬과 수교를 논의하고 있는 문제에 함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솔로몬에 금전 제공 여부에 대해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존재한다”며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위에서 세계 각 나라와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솔로몬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대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솔로몬군도 역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솔로몬 주대만 대사 조세프와리니자는 “솔로몬 정부는 전문위원회의 보고와 외교위원회의 건의가 나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사가 보도했다.
당국의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체는 대만 압박에 나섰다. 환구시보는 6일 “솔로몬군도는 반드시 ‘단교’할 것이며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대만) ‘외교부’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솔로몬이 내년 1월 ‘총통선거’ 전에 ‘단교’하지 않기만을 부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솔로몬군도와 대만의 단교가 확정되면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수립 후 6번째 단교국이 된다. 2016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시점까지 확대하면 아프리카 감비아,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까지 7번째가 된다.
대만 외교의 최대 위기는 바티칸 교황청과의 단교다. 지난해 9월 중국과 교황청은 이미 수교의 최대 걸림돌인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 8월 26일 네이멍구과산시성 주교로 안토니오 야오순, 스테파노 쉬훙웨이 신부가 양측의 공동 승인 아래 서품을 받았다.
중국의 대만 압박 외교는 단교에 그치지 않는다. 단교를 제외하고도 대만이 세계 각국과 설치한 대표처의 개명, 대만이 참석하는 국제기구의 권한 박탈, 다국적 기업의 대만 명칭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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