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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노모에 연봉 1억원…제주 버스준공영제 업체들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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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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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버스준공영제 업체들이 대표이사의 90세 노모에게 인건비로 연 1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등 제주도의 재정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썼다가 적발됐다. 버스준공영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2017년부터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 정책이다. 제주 재정이 약 1000억원 투입된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 한 달간 도내 7개 버스준공영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도 대중교통체계 개편 운영실태 성과감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A버스업체는 대표이사의 90세 모친을 임원으로 올려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월 700만~884만원 등 총 1억1000여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했다. B버스업체도 같은 기간 대표이사의 84세 모친에게 월 550만~750만원을 지급했다. 이 모친이 실제 근무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 감사위는 “모친의 근무가 확인되지 않으면 그동안 지급된 급여를 회수하는 등 적정한 조치방안이 필요하다”며 “운송종사자 인건비가 대표이사나 주주의 가족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에게 사업장의 실제 업무와 상관없이 부당하게 지급되거나 과다하게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했다.

그러나 인건비 회수를 두고 도와 도감사위는 입장 차를 보였다. 도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지급 항목을 인건비로 잘못 기재했다. 투자자인 90세 노모에게 실제로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회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도감사위는 “버스업체가 사장 노모에게 지급한 돈은 상여금이 포함된 인건비”라면서 “배당금을 인건비로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준공영제 버스업체들이 혈세를 지원받게 되면서 돈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 같다”면서 “일부 적발 건은 수사 의뢰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버스업체들은 교통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고 민영버스를 증차하거나 운전원을 추가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타 복리비 역시 복리 제공 목적과 다르게 대표이사 대외활동비 등으로 부적절하게 쓴 것으로 확인됐다. 도 감사위는 제도 운용 등 4개 분야에서 총 35건의 문제를 확인해 도에 권고나 통보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도감사위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객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6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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