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개인정보 몰래 수집한 유튜브, 2000억원 벌금…"광고 매출의 1%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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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자회사인 유튜브가 4일 아동의 개인정보를 보호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한 혐의로 1억7000만 달러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로이터=연합뉴스]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가 4일 아동의 개인정보를 보호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한 혐의로 1억7000만 달러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4일(현지시간)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에 아동의 개인정보를 부모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한 혐의로 1억7000만 달러(약 2036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온라인상 아동 사생활보호법(COPPA)를 마련한 이후 부과된 최대 규모다.

벌금 받은 날 주가 1% 이상 올라… #"법 어겨도 재정적 타격 우려할 필요 없어" #아동용 동영상 통해 역추적, 광고에 활용 #"근본적 변화 없이 신뢰 받기 어려워"

그러나 CNN 등은 “(제재금 규모는) 구글의 분기 광고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사실상 구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1.09% 올랐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선 ‘법을 위반해도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FTC와 뉴욕 검찰청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는 마텔 등 유명 완구 업체가 만든 동영상을 시청한 아동들이 인터넷 상에서 어떤 다른 사이트로 이동했는지 등을 추적해 관심사를 모아 광고전략에 활용한 혐의를 받았다. 유튜브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로 아동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게 했다.

수사 과정에서 유튜브는 부모 승낙 없이 이런 아동 관련 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COPPA를 위반한 것이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구글과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 고의적이고 불법적인 모니터링 작업을 벌였고, 맞춤형 광고를 아동이 시청하도록 했다”며 “권한 남용일분 아니라 아동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었고 말했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향후 아동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아동용 동영상 콘텐츠에 대해선 연령과 관계 없이 데이터 수집을 제한할 계획이다. 또 아동용에는 맞춤형 광고 노출도 중단하고, 댓글 달기나 공지 기능도 없앨 방침이다. 유튜브 측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보호자에게 아동용 앱인 '유튜브 키즈' 이용을 권장하겠다고도 밝혔다.

제프 체스터 디지털민주주의센터 사무국장은 폴리티코에 “그동안 아동에 대해 불법적인 조작 마케팅을 일삼아왔다는 점에서 (구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유튜브가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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