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교육 중심… '순토종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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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비전을 향해 날아가는 학교…21세기의 안창호, 백범 김구 선생을 기르고자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독수리중고등학교 단혜향(54) 교장은 "현재의 공교육 제도는 교육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며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인 '독수리'는 설립 초창기에 한 남학생이 고안한 것이다. 독수리는 새끼 때부터 안락한 둥지를 벗어나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그 과정이 거쳐 가장 높이 또 멀리 나는 하늘의 제왕이 된다. 독수리중고교 또한 학생을 진정한 실력자로 육성하기 위한 훈련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이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단 교장은 "민족의 어두운 역사를 밝힌 것은 교육이었다"며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독수리학교는 아동구역모임이라는 소그룹에서 시작해 토요 학교, 방과후 학교를 거쳐 2003년 3월 전일제 중학교로 발전했다. 2006년 현재 총 82명이 재학 중이다.

국내 대학 준비에 주력…가장 한국적인 사람만이 세계인이 될 수 있어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대안학교들과는 달리 외국 대학이 아닌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설립정신인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세계 무대에서 리더가 되려면 한국인 고유의 정체성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학생들은 7차 교육과정 중 85%이상의 과목을 이수하고 있다. 교재는 미국 크리스천 사립학교와 홈 스쿨링 등에서 사용하는 '알파 오메가'를 사용하고 있으나, 한국적 교육 환경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교재 연구를 통해 부교재 등을 병행해 활용한다. 또 월반 및 유급 제도를 운영해 학습 성취도가 높은 학생은 월반을 통해 그에 적합한 교육을 받고,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은 다시 한 학년을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레벨별 수업을 진행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한다.

학교의 특성상 진학 지도 프로그램을 심화 운영 중인데, 학생의 재능과 적성을 찾기 위해 수 차례의 테스트와 관찰과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중학교 3학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며,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 수능을 시험적으로 치르게 된다. 진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화 시대에 언어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도록 교육

학생들은 장기 언어연수로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있는 'Vernon Christian School'에서 7개월간 홈스테이를 한다. 단기 연수로는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위치한 'Bethlehem international school'에서 7주간 홈스테이를 하며 교육을 받는다. 유영업(44) 교감은 "타 문화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영어생활이 피부에 와닿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독수리학교에서는 'English day'라는 행사를 운영 중이다. 이는 일주일에 하루는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이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도 전부 영어로 질문과 대답을 함으로써 영어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행사 중에는 여러 가지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실시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 지향…가정이 교육의 중심

또 다른 특징은 '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인간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독수리학교는 가정이 교육의 중심이라고 믿고, 부모가 교육의 권위자가 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자녀도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유 교감은 "학교에서 받는 모든 교육이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일치된 생각과 말로 나타날 때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 된다"며 학교에서 아무리 바른 가치를 심어주려 해도 학생들이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인정 받고 격려 받지 못한다면 절대로 내면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감은 개인 이기주의 현상과 인간소외 현상 등의 원인으로 이러한 교육의 분리현상을 지적하며, 독수리학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가 온전히 한 팀, 한 언어로 가르치려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부스 설치로 학습효과 높이고, 레벨별 수업 통해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육 제공

현재 학교 교사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 연건평 420여평에 12개의 교실 및 도서관, 과학실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도서관에는 청소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양서들과 미국 학교의 영어 레벨별 원서가 레벨 1부터 레벨 12까지 400여권이 비치돼 있다. 교실 크기는 크게 3가지로, 고등학교 교실의 경우 개인 부스가 설치돼 있어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 레벨별 수업을 위한 소공간도 마련돼 있다. 레벨별 수업은 12명의 한 클래스를 수준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앞으로 전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의 기본이념인 가정과 함께하는 교육을 위해 기숙사 시설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교수진은 현재 30여명으로 공채를 통해 전공자를 채용하고 있다. 단 교장은 "학생들을 이해하고 원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선생님"이라며 외국인 강사의 경우 한국 학생을 이해하기 어려워 현재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활한 외국어 교육을 위해 1.5세 교포 한국인 교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 커리큘럼 코디네이터 등의 교사진을 운영중이다.

소수 인원 선발해 입학경쟁율 다소 높아…준비과정을 거친 후 입학하는 것이 바람직

독수리학교는 매년 각 학년당 24명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입학요건은 학교의 교육에 부모가 동의하는 것이 우선이며, 학생 또한 부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입학할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년의 경우 실질 경쟁률이 2.1대 1로, 올해에는 훨씬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입학 전에는 학력 테스트를 거쳐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게 되며, 사전 캠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인성 및 특성을 파악한다. 학교 입학 설명회는 9월 29일(금) 저녁 7시,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타 컨벤션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의: 031-789-2400

◎학생의 생각은…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아요."

독수리학교 10학년인 권수현군은 획일화된 교육이 강요되지 않는 점이 학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랑했다. 학교수업이 충실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프로젝트나 부교재 등을 이용해 심화 학습을 지도해 학습의욕 또한 높다고 덧붙였다. 권군의 부모는 학교 초창기부터 독수리학교에 흥미를 갖고 지켜본 결과 아들에게 입학을 적극 권유했다. 권군 또한 공교육 시스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에 응했다. 권군은 무엇보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학습방법을 체득하게 된 것이 큰 수확이지만, 다만 학교 규율이 다소 엄격하기 때문에 입학 초기에는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점차 학교에서 제공하는 성품 훈련과정 등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 모습을 보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소수의 친구들과 수업을 받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는 권군은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는 없으나 앞으로 창조적인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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