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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존도 큰 소재·부품, 7개 중 6개 2~3년 내 국산화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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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일본 의존도가 큰 핵심 정보기술(IT) 소재·부품 7가지 중 포토리지스트를 제외한 6개 품목은 2~3년 안에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분석 #포토리지스트만은 국산화 어려워 #"정부 규제완화, 대기업 노력 필요"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일 이러한 내용의 ‘IT 소재·부품·장비의 대일 수입 의존도 현황과 국산화 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미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3개 품목(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 포토리지스트)과 일본 의존도가 커서 수출규제 우려가 제기되는 4개 품목(블랭크마스크, 포토마스크, 실리콘웨이퍼, 새도우마스크)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7가지 모두 국내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 중인 소재·부품들이다.

불화폴리이미드, 단기 국산화 가능 

지난 2월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폴더블폰에 쓰이는 투명폴리이미드는 단기에 국산화가 가능한 소재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폴더블폰에 쓰이는 투명폴리이미드는 단기에 국산화가 가능한 소재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불화폴리이미드는 가장 단기에 국산화가 가능하다. 국내업체가 기술력과 양산능력, 모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불화폴리이미드는 폴더블폰 커버윈도우로 쓰이는 투명폴리이미드(PI)에 사용되는 소재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PI 양산을 올해 시작했고, SKC와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중 생산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LG화학도 진출 계획을 세웠다.

현재 출시를 앞둔 ‘갤럭시 폴드’의 투명PI 납품업체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이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폴더블폰 생산이 본격화하지 않았고 삼성전자와 스미토모화학 간 계약 물량이 소규모이기 때문에 독점계약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국산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불화수소·블랭크마스크, 상당 부분 국산화 가능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는 상당 부분 국산화가 가능한 품목으로 꼽혔다. 이미 솔브레인, 후성, ENF테크놀로지, SK머티리얼즈 등이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액체형의 식각액(에천트)은 양산 단계에 근접해 2020년부터 대체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비해 건식 가스는 아직 기술개발 초기단계로 양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수진 연구원은 “일본 스텔라사의 제품은 99.9999999999%(일명 트웰브나인) 순도가 확보된다고 한다”며 “국내 기술이 일본 업체 수준을 완전 대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IT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가능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IT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가능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블랭크마스크(석영유리기판)와 이를 가지고 만드는 포토마스크, 두 품목 역시 완전히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국산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블랭크마스크 시장은 호야와 울코트 등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을 과점했지만 국내 업체인 에스앤에스텍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뒤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다. 다만 아직 첨단 극자외선(EUV용)은 호야가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포토마스크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직접 생산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국내의 삼성, SK, LG그룹도 포토마스크 자체 생산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실리콘웨이퍼·FMM은 국산화에 2년 걸려

실리콘웨이퍼와 섀도우마스크(FMM), 두 품목은 국산화가 일부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실리콘웨이퍼는 국내에서 SK실트론이 생산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에 그친다. 신에츠·섬코 같은 일본 업체와 기술력이나 생산능력 면에서 격차가 큰 편이다.

섀도우마스크는 국내에서 APS홀딩스와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국산화를 준비 중이다. 제조기술은 확보했지만 고객사의 인증을 거쳐 안정적인 양산단계에 돌입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린다. 다만 일본DNP와는 다른 제조방식을 써서 기술적 결함을 극복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양산 가능성이 확인되면 국내 기업 점유율이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7개 품목 중 포토리지스트만은 국산화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봤다. 동진쎄미켐과 한국금호석유화학이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EUV용 제품 개발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수진 수석연구원은 “분석대상 7개 품목 중 6개 품목이 국산화된다면 수입금액 규모로는 연 11억 달러, 7개 품목 대일 수입금액의 78%가 국내기업으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낙관적인 국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김 연구원은 “기존 주력 기술은 특허장벽이 높고 실제 생산 과정의 실패리스크가 크다”며 “국산화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들이 국산화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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