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의 변화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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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이번 당직개편이 갖는 몇가지 정치적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집권당에 가용인력이 너무 적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미 사무총장·원내 총무등을 역임했던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를 맡았으니 국민에게 신선감을 주지 못함은 물론 장기적인 소수인사의 요직과점 현상은 당의 활성화나 사기에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신임 당직자들이 과거 요직에 있을 때 권위주의 견제나 민주화 개혁등에 있어 어떤 인정할 만한 실적을 남겼다는 기억도 없고 보면 더욱 그렇다. 민정당이 인물난인줄은 익히 알지만 이토록 사람의 선택범위가 좁은 현실은 당 지도부로서도 문체의식을 가져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앞으로 사람을 좀더 확보하고 키우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정당의 새 팀이 앞으로 정국과 당을 어떤 자세로 운영해갈지 주시하겠지만 오늘의 정국 상황이나 정치권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민정당이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믿는 몇가지 견해를 제시하려 한다.
먼저 국회 운영과 대야관계에 있어 민정당은 지금까지 보인 무책에 가까운 방황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되며 각종 현안에 대해 분명한 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5공 청산 문제에 있어 민정당은 확실한 복안을 이제는 제시해야 하며 야당과의 절충으로 이 문제를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안법 등 개폐대상에 오른 각종 법률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안정국의 분위기를 틈타 자기들이 개정안까지 마련했던 법률까지 고치지 않아 보려는 식의 자세로는 이 시국을 넘길 수 없다.
특히 새 당직자들은 그들의 과거 실적이나 개성으로 보아 강성이란 평을 듣고 있는데 과거 5공 시절 여대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국회를 운영하거나 야당을 상대하려 해서는 아무 일도 안될 것이다. 비록 3야당의 공조체제가 무너졌다고 하지만 민정당이 강경으로 밀고 나간다면 3야의 결속된 반발을 초래할 것은 뻔한 일이다.
앞으로 5공 청산, 각종 법률의 개폐문제, 토지공개념의 입법문제, 전교조 문제 등 민정당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 모든 일중에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으며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화 개혁의 추진이란 입장에서야 모두 해결될 수 있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당을 끌고 가는데 있어서도 지나치게 일사불란·상명 하복식의 운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이번 당직개편은 그동안 당내 세력다툼으로 빚어진 잡음을 해소하고 민정당에 대한 노대통령의 장악력을 강화하는데 주안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우리는 노대통령의 임기가 3년여나 남았는데도 노대통령 이후를 겨냥한 분파 작용으로 때 이르게 집권 말기적 상황이 조성되는 듯한 경향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정당에서는 경쟁하는 복수의 견해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리고 자기세력을 넓히고 대망을 추구하는 것도 정치인으로서는 할만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지도력을 강화한다고 당을 침묵의 늪으로 만들어서는 당의 총체적 역량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결과가 되기 쉽다. 빨리 경선제 도입 등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당개혁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당의 인물난도 해소될 수 있다.
우리는 당직개편 이후 민정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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