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홈 코트로 만든 정현, 극적인 역전승으로 32강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가 아는 역전승에 강한 그 정현(23·제네시스 후원·세계 170위)이 돌아왔다.

정현이 3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3시간 22분 접전 끝에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6·스페인·34위)를 세트 스코어 3-2(1-6, 2-6, 7-5, 6-3, 7-6)로 이겼다. 정현이 메이저 대회 3회전(32강)에 진출한 것은 2017년 프랑스오픈 3회전,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30일 US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 진출한 정현. [EPA=연합뉴스]

30일 US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 진출한 정현. [EPA=연합뉴스]

정현은 1회전에 이어 2경기 연속 5세트 끝에 승리를 거두며 오히려 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도 뒷심이 강한 모습으로 4강에 올랐다. 한동안 발바닥, 발목, 허리 등의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지만, 5개월의 재활 끝에 다시 '위기에 강한 남자'로 돌아왔다.

정현은 1, 2세트에 베르다스코의 노련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3세트 후반 베르다스코가 힘이 떨어지면서 정현의 역습이 시작됐다. 게임 스코어 5-5에서 2게임을 연속해서 따내면서 7-5로 이겼다

다 잡은 3세트를 내주면서 베르다스코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정현은 점점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4세트를 6-3으로 가져오면서 완전히 흐름을 가져왔다. 그러자 베르다스코는 날카로운 서브를 넣었고, 정현은 서브게임을 빼앗기면서 게임 스코어가 1-4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게임 스코어 3-5까지 쫓아갔고 베르다스코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어느새 6-6으로 균형을 맞춰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다. 이후 5-0까지 달아나며 대역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미국 뉴욕이었지만 정현의 홈 코트같았다.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정현이 점수를 올릴 때마다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 반면 베르다스코의 득점에는 차분한 응원이었다. 이에 베르다스코는 5세트에 타이브레이크까지 몰리자 심판에게 어수선한 관중들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정현을 응원한 미국인 딜런 포터(32)는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이기는 정현을 보고 팬이 됐다. 조코비치처럼 끈질기게 볼을 따라가 치는 열정적인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정현은 3회전에서 2번 시드인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과 맞붙는다. 나달은 이날 서나시 코키나키스(호주·203위)가 기권하면서 2회전을 치르지 않고 3회전에 올랐다. 정현과 나달의 3회전 경기는 이틀 뒤인 한국 시간 9월 1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정현은 지금까지 나달과 두 차례 만나 모두 0-2 패배를 당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첫 대결이다. 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뉴욕=진슬기 통신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