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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차량이 뒤에서 '빵빵'···비켜주다 정지선 넘으면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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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우회전 관련 규정을 정확히 모르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교차로 우회전 관련 규정을 정확히 모르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운전을 하다 보면 교통 관련 법규가 헷갈릴 때가 많은데요.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방식을 두고는 운전자마다 제각각의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우회전을 해도 되는지, 일시 정지를 해야 하는지, 우회전 뒤 만나는 횡단보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요.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교차로 사고 17%는 우회전 탓 발생 

 이러다 보니 우회전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2016년 사이 발생한 교차로 사고 가운데 17%가량이 우회전 때문에 일어났는데요.

 또 우회전 교통사고는 2012년(1004건)과 2016년(1253건)을 비교하면 4년 새 5.7%나 늘었습니다. 사고 사망자 역시 10%가 증가했고요.

 아마도 운전자들이 법 규정을 명확히 모르는 게 우회전 사고 증가의 한 원인인 듯싶은데요. 그래서 관련 법규와 교육을 담당하는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의 자문을 받아 현행법규정에 따른 교차로 우회전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우선 교차로에서 직진방향의 차량 신호등이 '적색'인 경우인데요. (①)이때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일단은 교차로 직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해야만 합니다. 직진 차량도 물론 정지해야 하고요.

 이후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없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횡단보도를 통과하면 됩니다. 이때 보행 신호가 '녹색'으로 켜져 있어도 상관없는데요.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적색 신호 땐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처의 전봉기 차장은 "운전자 입장에선 보행 신호등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면허 시험 채점 기준 상으로는 차량 신호와 보행자 유무만 명확히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규정은 지난해 개정돼 올해 3월부터 적용 중이라고 합니다.

 직진방향의 차량 신호가 '녹색'일 때(② )는 일시 정지할 필요 없이 천천히 횡단보도를 통과하면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혹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없는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은 우회전한 뒤 통상 만나게 되는 횡단보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인데요. (③)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 정지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천천히 통과하면 됩니다.

교차로 우회전 때는 차량 신호에 따른 진행 요령을 잘 알아야 한다. [사진 JTBC 캡처]

교차로 우회전 때는 차량 신호에 따른 진행 요령을 잘 알아야 한다. [사진 JTBC 캡처]

 이때도 보행 신호가 '녹색' 인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요. 다만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애매모호한 게 있습니다.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다 없다를 구분하는 기준인데요.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막 횡단을 시작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 이 보행자가 다 건너갈 때까지 정지해 있어야 할까요?

 우회전 뒤 횡단보도, 보행자 없으면 통과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의 입장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입니다. 모호하긴 하지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직접적인 방해가 될 정도로 차량을 운행하지는 말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러니까 보행자들 틈을 비집고 나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인 겁니다. 이 경우 법 규정상 단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회전을 할 때는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중앙포토]

우회전을 할 때는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중앙포토]

 이렇게 세 가지 방식만 기억하고 있어도 교차로 우회전할 때 덜 헷갈릴 것 같은데요. 하지만 현장에 따라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더 복잡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시 정지 규정의 경우도 현장에서 교통경찰관이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단속하는 사례도 별로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시 정지 규정을 제대로 안 지키는 운전자도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안전한 우회전과 보행자 보호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색' 신호일 때는 일시 정지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경찰에서는 우회전 뒤 만나는 횡단보도 앞에서도 일시 정지를 한 뒤 보행자 여부를 확인하고 통과해달라고 당부하는데요.

 "적신호 때 우회전 금지도 고려해야"  

 일시 정지를 하게 되면 차량 속도도 줄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아예 적색 신호 때는 우회전을 금지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현재 주요 국가 중에서는 미국이 적색 신호 때 우회전을 허용할 뿐 대부분은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적색신호 때는 아예 우회전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포토]

안전을 위해 적색신호 때는 아예 우회전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포토]

 미국도 원래 적색 신호 때 우회전을 금지했다가 1971년 허용했는데 이후 관련 교통사고가 크게 늘었다는 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얘기입니다.

 그런데 적색 신호 때 우회전을 금지하면 아마도 차량 소통에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회전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적색 신호에서는 무조건 '일시 정지'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물론 현재 경찰의 해석상으로도 적색 신호에서 일시 정지가 의무이지만 이를 어겨도 단속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뒤차 "빵빵"거린다고 정지선 넘으면 단속 

 이를 보다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안전과 보행자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례에서 봤듯이 아무리 규정을 잘 만들어놓아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습니다. 안전을 위해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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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가지 팁이 있는데요. 시내 도로는 상당수가 우회전 전용차로가 별도로 없고, 직진과 우회전 차량이 맨 바깥쪽 차로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적색 신호에 정지해 있는 직진 차량의 뒤에서 우회전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비켜달라고 한다고 직진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서 움직이게 되면 '신호위반'이 됩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우회전 차량을 배려하는 차원 또는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 직진 차량이 정지선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신호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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