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곡 샀다면 다 들어야 환불”… 음원 사이트의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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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방영한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남녀 주연배우가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JTBC 캡처]

2014년 방영한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남녀 주연배우가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JTBC 캡처]

‘1년 내내 58% 할인’이라고 광고해놓고 실제 할인율은 36%에 그치고, ‘음원 50곡 내려받기’ 이용권을 구매해 1곡만 내려받았는데도 환불을 제한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거짓ㆍ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환불을 제한하는 등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카카오(멜론)ㆍ네이버(네이버뮤직)ㆍ소리바다ㆍ삼성전자(밀크)ㆍ지니뮤직(엠넷) 등 5개 음원 서비스 사업자에게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7400만원, 과태료 2200만원을 부과했다고 28일 밝혔다.

적발 사항 대부분은 과징금 전액을 떠안은 카카오에 집중됐다. 카카오는 5ㆍ10ㆍ25ㆍ50곡 단위로 음원을 구매할 수 있는 이용권을 판매하며 환불을 제한했다. 예컨대 50곡 이용권을 구매해 1곡이라도 내려받았으면 나머지 49곡에 대해 환불을 막았다. 그마저 ‘(이용권) 결제 후 7일 안에 서비스 이용 이력이 없는 경우’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공정위는 음원 구매 이용권이 ‘가분적(나눌 수 있는) 디지털 콘텐트’에 해당한다고 판단, 환불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또 이용권 가격 인상 동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할인 혜택(인상 전 가격)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반복 광고했다. 그런데 프로모션 이후에도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와 계약을 일괄 해지하지 않고 인상 전 가격 그대로 유지했다. 가격 인상에 동의한 이용자는 일정 기간 이후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보다 불이익을 받았다.

‘첫 달 100원’ ‘할인 특가’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의무적으로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 유료전환 시점 등 중요한 거래조건은 ‘결제하기’ 버튼 하단에 배치하기도 했다.

소리바다는 음원 이용권을 판매하며 ‘1년 내내 58% 할인’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 할인율이 30~36%에 그친 경우가 적발됐다. 지니뮤직도 실제 할인율이 4.5~59.7%인 음원 이용권을 13~68% 할인한다고 광고했다. 삼성전자ㆍ네이버는 홈페이지에 사업자 정보를 표시하지 않는 등 행위로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박성우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음원 서비스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거짓ㆍ과장ㆍ기만적 판매 행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재받은 음원 서비스 사업자는 2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성욱(55)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불공정 행위 근절에 주력하겠다”며 제재 대상으로 콕 집은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하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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