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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에 '불량 행동', 말폭탄 주고받는 폼페이오-이용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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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관련 행사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관련 행사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신형 미사일 시험에 대해 "북한의 불량 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며 국제 제재를 다시 강조했다. 지난 21일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발언으로 이용호 북한 외무상으로부터 "미국 외교의 독초""조미 협상의 훼방꾼" 등 비난을 받았지만 기싸움을 이어간 것이다. 미 국무부도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1일 "비핵화 안하면 역사상 가장 강력 제재" #6일 만에 다시 "실질적 압박 국제 제재" 언급 #이용호 23일 "미 외교의 독초","협상 훼방꾼" #다시 나흘 만…9월 초 실무협상 재개 먹구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해 '우리 외교정책에서 미국주의(Americanism)'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미국주의란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해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란, 중국의 위협에 이어 북한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그는 "이 정부는 이란이 중동의 책임있는 주체인 척 가장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무역과 국가안보에 관한 나쁜 행동을 규탄했다"며 "우리는 북한의 불량한 행동(rogue behavior)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주의는 또한 전 세계에서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사례로도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불량한 행동'이 무엇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국무부는 북한에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실무협상을 미루는 데도 "북한의 협상 상대로부터 소식이 들어오는대로 협상에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北 단거리 봐주는 트럼프 옹호하다 "美 제재 아닌 국제 제재" 

이어 인디애나주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언제쯤 "더 이상 안 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일 건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2년 반만에 지금 상황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특별한 국제 연합체를 구축해내고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세계적인 제재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제재를 강조한 건 6일 만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나는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희망적”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에게 비핵화하는 게 옳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용호 외무상은 23일 담화문을 내고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을 제재 유지 발언을 두고선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역시 폼페이오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며 "고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고, 이런 사람과 마주 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직접 비난했다. 이 처럼 북미 외교수장 간 기싸움이 거듭되면서 9월 초에도 실무협상 재개가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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