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선 깡통 청문회 우려 “증언 거부로 무력화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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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과 출석할 증인 명단을 놓고 여야가 27일 내내 실랑이를 벌였다. 인사청문회는 전날(26일) 합의한 대로 다음달 2·3일 이틀간 열기로 했지만 청문회에 부를 증인을 두고는 갈등하고 있다.

후보자 친족 형사소추 가능성 땐 #‘수사 중인 사안’ 이유로 거부 가능 #여야 딸·동생 증인 채택 놓고 진통 #여당 “전례없다” 한국당 “비리 연루”

청문회 일정은 비교적 빨리 결론이 났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교섭단체 간사 합의안이 나온 지 약 24시간 만에 이를 수용키로 하면서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쯤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후보자의 실체적 진실을 알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승적 수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청문회에 부를 증인·참고인 협의는 종일 진통을 겪었다. 법사위 여야 교섭단체 간사들은 오전 ‘1차 협상’을 시도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딸 등 가족을 포함해 93명을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난색을 보였다. 특히 “조 후보자 가족은 증인 채택이 불가하다”는 입장이 강했다고 한다. 김도읍 한국당 간사는 오전 협의가 어그러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90명 이상을 증인으로 요청했는데 2명 정도밖에 못 받겠다고 한다. 의혹을 풀겠다는 것인지 은폐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기헌 민주당 간사는 “인사청문회의 본질과 관련 없는 가족의 사생활까지도 청문회에 끌고 나오는 것은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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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쯤 진행된 오후 협상도 합의엔 실패했다. 한국당은 기존 93명에서 후퇴해 “25명을 요청하자”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장에 부를지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도읍 한국당 간사는 오후 5시30분쯤 기자들과 만나 “가족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합의가 어렵다”고 했다. 송기헌 민주당 간사는 “조 후보자의 딸 논문과 입학, 사모펀드 등과 관련해 한국당이 신청한 증인은 다 수용했다. 하지만 가족은 청문회에 나온 전례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김도읍 간사가 “이렇게 가족들이 비리에 깊게 연루된 적이 있나. 가족들을 못 부르면 누굴 청문회 하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도읍 간사는 오후 6시3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가족뿐 아니라 김태우 전 특감 반원 등의 증인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껏 청문회에서 다 해명하겠다고 해놓고 증인채택을 거부하면 내용 없는 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압축 제시한 25명의 증인 요청자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야당에서는 검찰 수사로 인사청문회가 빈 깡통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인사청문회법(16조)은 “공직 후보자는 친족 또는 친족 관계가 있었던 자가 형사소추나 공소 제기당할 염려가 있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의혹 대부분이 친족과 관계됐고 동시에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조 후보자가 법 조항을 근거로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검찰이 대대적 압수수색을 했지만 조국 본인에 대한 압수수색은 없었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하면서 청문회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론이 나든 특검은 불가피하다.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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