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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소비' 대기 시간 활용해 돈 버는 중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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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다면 당신은 무얼 하는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엔 애매하고 미리 식사 장소로 가서 마냥 기다리기에는 아까운 시간… 요즘 중국에서는 이러한 대기 시간에 사람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단 5분도 낭비하지 않겠어!

길든 짧든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보통 쓸데 없이 시간이 비었다고 생각하고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언제부터인가 도심 한가운데에 안마카페가 속속 등장하였고,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낮잠카페에 들려 쪽잠을 자고 오는 직장인들이 생겨났다. ‘남는’ 시간에도 돈을 주고 소비하는 것이다.

 중경북역(重庆北站) 북광장(北广场)의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안마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출처 CFP]

중경북역(重庆北站) 북광장(北广场)의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안마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출처 CFP]

쇼핑하다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영화 시작 전 “단 몇 분” 동안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인다. 쇼핑몰, 영화관, 음식점 근처에 미니KTV(중국판 ‘코인노래방’ 명칭), 인형 뽑기 기계, 안마의자, VR 게임 체험장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사람들의 대기 시간’을 저격하여 만든 이 서비스들은 별다른 직원이 필요 없다. 모바일 결제나 자동 결제 시스템만 두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손으로 조작 가능한 인형뽑기 [출처 china times]

손으로 조작 가능한 인형뽑기 [출처 china times]

최근 중국에서는 매년 20만-30만 대의 인형 뽑기 기계가 설치되고 있다. 2019년 초 기준, 중국에 정식허가를 받고 설치된 인형 뽑기 기계는 이미 130만 대가 넘었다고 한다. 인형, 사탕, 전자기기 등 기계 안에 넣는 물품을 점점 다양화하더니, 이제는 손바닥을 인식하여 기계를 조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컨트롤이 어려운 기계 조작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비행기 기다리면서 편하게 꿀잠 잘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지루한 비행기 대기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장치가 공항에 등장해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2012년 서안 공항에 처음 설치된 수면박스 모습 [출처 바이두백과]

2012년 서안 공항에 처음 설치된 수면박스 모습 [출처 바이두백과]

수면박스(睡眠盒子; Sleep box)라고 불리는 이것은 주로 공항,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다. 대기 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수면박스 내부는 ‘수면에 적합한 조명, 잠이 잘 오는 음향설비, 여닫이 책상’ 등이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비행 시간에 맞춘 알람까지 비치되어 있어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중국에 도입된 것은 2012년 7월로 서안함양국제공항(西安咸阳国际机场)에 설치되었다. 시간 당 60위안(약 1만 원)의 비용을 결제하고 사용 가능하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거나 개인 공간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쇼핑몰에 위치한 중국판 코인노래방 '미니 ktv' [출처 소후닷컴]

쇼핑몰에 위치한 중국판 코인노래방 '미니 ktv' [출처 소후닷컴]

작년에 필자가 중국 지역 공항을 경유했을 당시, 비행기 대기 구역 옆에는 한국에서 자주 보던 코인노래방이 있었다.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었던 한국 지인들도 반가워 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판 코인노래방인 '미니 KTV(迷你KTV)'는 2명정도 들어갈 수 있는 노래방 부스 안에 노래방 기기, 마이크, 의자 등이 놓여 있다. 한 곡에 3-4분정도 되는 노래를 원하는 곡 수만큼 코인을 넣고 부를 수 있다. 곡 별로 돈을 지불하므로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
요즘에는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한다. 노래를 녹음하여 온라인 전송이나 SNS 업로드가 실시간으로 가능하여 쇼트클립 영상제작에 흥미가 많은 Z세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이 낮아 좋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한국에서도 환영 받고 있다.

낮은 투자 비용, 간편한 이용

위에서 설명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자투리 시간’ 동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서 오락 활동을 즐기는 이른바 “자투리 소비(碎片消费; 직역하면 ‘파편화 소비’, 혹은 ‘작은 소비·小消费’라고도 한다) 활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다: 1. 무인 경영이 가능하고, 2. 비교적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으며, 3. 간편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중국판 코인노래방, '미니 KTV' [출처 China times]

중국판 코인노래방, '미니 KTV' [출처 China times]

우루무치에서 무인 기기 사업 전문 운영회사를 다니는 직원은 공인일보(工人日报)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니 KTV는 단 2㎡의 공간만 있으면 백화점과 같은 소비생활 장소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직원을 둘 필요도 없고 운영 자본도 기계 임대료와 약간의 유지보수 비용만 있으면 되죠.”
대기 시간을 활용한 각종 오락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자투리 소비’가 확산되자, 중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칭해 “등대경제(等待经济; 중국어 성조 발음은 ‘덩다이 경제’로 ‘덩다이·等待’는 ‘기다림’을 뜻한다)”라 부르게 되었다. 말 그대로 기다리는 시간에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시간의 파편화

중국 비즈니스 업계는 ‘자투리 소비’가 성행하는 이유가 ‘시간의 파편화(时间的碎片化)’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인의 생활을 돌아보면 모두들 ‘바쁘다’. 빠른 리듬의 생활 패턴을 가진 현대인들의 여가 특징은 ‘파편화된 시간’, 즉 시간을 쪼개어 여가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가시간은 이전보다 훨씬 진귀해졌고 이왕 쓰는 시간,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사람들의 자투리 시간은 항상 존재해 왔고, 이전에도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서비스들이 있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에 ‘모바일 결제의 보편화’가 더해져 ‘자투리 소비’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VR게임 체험장 [출처 中新社]

VR게임 체험장 [출처 中新社]

‘시간은 금이니까..!’ 결제의 번거로움을 해결한 QR코드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플랫폼 '위챗페이'의 결제 성공 화면 [출처 소후닷컴]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플랫폼 '위챗페이'의 결제 성공 화면 [출처 소후닷컴]

예전에는 오락실이나 테마파크에서 인형 뽑기를 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잔돈으로 환전해야만 했다. 모바일 결제의 등장으로 이러한 번거로움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QR 코드 스캔 한 번이면 그 어떤 게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모바일 결제 등 현대적인 기술 수단이 보급되면서 소비자의 파편화된 시간에 알맞은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소비자의 개성과 다원화에 맞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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