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위대한 개츠비 곡선과 개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장

하현옥 금융팀장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던 2012년.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려고 소득 불평등과 계층 이동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를 ‘위대한 개츠비 곡선’으로 명명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맨몸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개츠비가 주인공인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왔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마일스 코락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소득불평등(지니 계수)과 소득 대물림 수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덴마크 등 지니 계수가 낮은(소득 불평등 정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도 계층 이동이 가능했다. 반면 소득 불평등도가 높은 미국에서는 부모의 소득이 대물림돼 계층 이동이 어려웠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가 부모의 학력·소득 격차와 자녀 성적의 상관관계를 따져 지난 2월 발표한 ‘개천용 지수’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가 고득점을 얻을 가능성은 작았다. 지난해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계층이 평균소득 계층에 진입하는 데는 5세대(150년)가 걸렸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의 ‘스펙 품앗이’ 의혹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만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 방학 중 2주간 인턴을 한 고교생이 의학 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학기(3~8월) 중 약 130㎞ 떨어진 대학 연구실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논문 초록의 제3저자가 됐다.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수업일수 부족이고, 출석했다면 공간 이동이 필요할 지경이다. 편법과 불법·위법을 넘어 초법의 영역으로 치닫는 조국 딸 논란 속에 각종 의혹이 사실이라면, 개천용의 사망선고에 가까운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다.

하현옥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