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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중국산 도장 찍어야 한류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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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굿모닝, 상하이’에 출연하는 중국의 위원러(余文樂)와 장나라, ‘줄라이 모닝’에서 호흡을 맞춘 중국의 황이(黃亦)와 차인표(왼쪽부터).


◆ '팔도강산'도 중국 드라마로=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나 한.중 합작 드라마 '북경 내 사랑'은 시청률 측면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합작 드라마=우정의 산물' 정도로만 비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SMG(상하이 미디어 그룹)를 통해 중국 방영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는 '미로(삼화프로덕션)'가 대표적이다. '미로'는 이종원이 의사로 성공한 아내를 저버리고 부하직원(신애)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10일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줄라이 모닝''굿모닝, 상하이' 등은 MBC가 한.중 합작 중국제 드라마 제작을 위해 외주 제작사 E&B스타스와 함께 조성한 60억원의 사모펀드로 만들어졌다. E&B스타스의 이태형 대표는 "중국제 드라마는 수익 구조가 좋다. 메이저급 방송사가 중국 전역에 30여 개에 이르는 만큼 사전 제작으로 만들어 팔 수 있다. 간접광고(PPL) 제약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광렬.이미숙 주연의 '사랑공감'(작은 사진)은 중년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곧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들.딸을 찾아 유람한다는 김희갑.황정순 주연의 영화 '팔도강산'도 발전하는 중국 곳곳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드라마화된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중국식으로 재현한 연예인 커플게임 '팬택 진심화대모험(眞心話大冒險)'은 이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중국제 드라마 왜 느나=중국제 드라마는 중국 정부가 황금시간대(오후 7시~10시)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지 못하게 하자 제작사들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전략이었다. 영상매체를 관리하는 중국 정부(광전총국)는 "한국은 중국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는데 중국이 한국 드라마를 계속 내보낼 이유가 없다"며 드라마 심의를 잘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제작사들은 중국에서의 인력.기획 참여를 통해 틈새를 노리게 됐다. 물론 중국 측도 차인표.장나라 같은 지명도 높은 배우, 톡톡 튀는 발상을 보여주는 한국의 드라마 시놉시스, 각종 프로그램의 포맷에 군침을 흘리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생산기지가 이처럼 중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놓고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적을 도장처럼 박은 한류 상품은 혐한류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의 최기영 조사연구팀장은 "한류는 결국 한때 대중의 인기를 얻는 '트렌드'에 불과한데도 줄곧 1위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류의 인기를 발판으로 다른 나라와 인력을 교류하고 공동 작업을 하는 게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 합작의 끝은 어딘가=현재 중국에서 기획되고 있는 합작 프로그램은 대부분 리메이크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리메이크 상품은 한계가 있다. 빼먹을 '꺼리'가 떨어지면 한국에 대한 관심도 쉽게 사그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의 글로벌사업본부 오현창 부국장은 "리메이크를 만들어봐야 새로운 것을 함께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나라 기획.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중화권에서 '먹힐' 문화 상품을 만들고, 함께 손잡고 '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한류로 시작된 한국 문화산업은 합작이란 교두보를 거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중국 프로그램 제작 능력도 변수다. 일선에서는 "중국이 5년 내에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그 기간 안에 여러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한.중 합작은 그 실험무대의 시작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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