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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은 유전병인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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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시대사조에 못 미치고 있다. 생활 안전부터 테러, 풍수해 방재(防災) 등 국가적 문제까지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아직 충분치 않다. 매년 자연재해나 안전관리 미비로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구촌의 이상기후 때문에 우리는 다시 풍수해를 겪고 있다. "미래에 안전한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재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한 국내 학자의 주장에 새삼 공감이 가는 요즈음이다.

안전이 위협받으면 삶의 질과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안전 문제는 결코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젠 삶의 장면마다 섣부른 성과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범국민적인 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어릴 적부터 안전의식을 심어주어야 안전의 중요성을 아는 시민으로 성장하고 이것이 안전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성장 주도의 사회 분위기에 묻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버지 세대가 자녀들에게 제대로 안전교육을 시키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일종의 세대 간 유전병으로 규정하고 싶다.

이젠 국가.사회가 안전불감증의 세대 간 유전을 끊을 수 있는 치유책을 내놓아야 한다. 안전사회, 안전국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안전의 모든 꼭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보급하는 것이 해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산.학.관 협동으로 거국적인 '안전교육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환경, 바이러스와 세균, 폭력.테러, 각종 사고 등 모든 유형의 생존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노력을 안전교육센터에 집결시키자. '자유보다 안전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잊지 말자.

조갑출 적십자간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