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농성'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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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한 건설노조의 농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탈진한 노조원을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포항=조문규 기자

경북 포항의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건설노조원들의 이탈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저항이 여전히 강력해 강제해산이 쉽지 않고, 교섭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포항시민들은 잇따라 집회를 열어 불법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고, 포스코는 18일께 단전.단수 및 에어컨 가동 중지를 고려하고 있다. 또 본사 점거에 따른 사무실 부족으로 18일 부서별로 탄력적으로 직원 출근을 조절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나 휴가를 가도록 했다.

◆ 농성자 이탈 증가=경찰에 따르면 점거 나흘째인 17일 현재까지 농성장을 빠져나온 노조원은 500여 명. 17일 하루만 3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경찰이 "자진 해산하면 선처하겠다"고 약속하자 신분상 불이익을 피하고 오랜 농성으로 지쳐 이탈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농성장에 10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16일 오후 11시 강제해산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3시간 만인 17일 오전 2시 중단했다. 4층과 5층 사이 계단에 쌓인 의자를 끄집어내자 노조원들이 쇠파이프에 가스불이 뿜어져 나오도록 제작한 '화염방사기'를 쏘고 뜨거운 물을 퍼부으며 저항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 4명이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의자 200여 개 중 100여 개를 꺼낸 뒤 작전을 중단했다. 대형 크레인.헬기 등을 동원해 옥상과 계단, 유리로 된 외벽을 통해 일시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는 사실상 강제해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농성 노조원들은 외부에서 도시락을 들여가거나 미리 준비한 컵라면.건빵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교섭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와 사용자인 전문건설협회는 토목분야의 노조 인정과 주 40시간제에 따른 토요일 유급휴무 실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6일 새벽 이후 협상도 하지 않고 있다.

◆ "불법 파업 중단하라"=경제악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향토청년회 등 36개 경제.사회단체 회원 1500여 명은 16일 오후 포스코 견학안내센터 앞에서 '포항경제살리기 궐기대회'를 열고 "불법 투쟁을 중단하고 대화로 사태를 조기 해결하라"고 노조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18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연다. 포항 시내 곳곳에는 파업사태의 조기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 100여 개가 내걸렸다.

포항=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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