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뉴스] '無당적 대통령'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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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달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전격 탈당으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네티즌들도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큰 줄기로 보면 盧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정운영의 혼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는 시각과 "대통령으로 선출해준 민주당 지지자에 대한 배신"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이른바 '조강지처론'에 대한 논란이 가장 뜨거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살림을 함께 꾸려온 조강지처(민주당)를 어떻게 버리느냐는 것이다.

ID가 'kysjm'인 네티즌은 "호적에 입적해 가르치고 장가를 보내고 나니 부모는 필요없다고 이제 딴 살림을 차린 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산고를 옆에서 보고 돌봐준 민주당원들이나 선택해준 국민을 너무 우습게 취급한 데 대한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지자들 중에는 한마디 사과 없이 서둘러 떠나는 모습이 서운하다고 토로하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부류에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거나 '윤리적인 면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는 글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bilee201'은 "조강지처를 버리기는 누가 버려? 개혁이라는 조강지처는 그대로"라며 "집안에서 이리 저리 패는데 이혼할 건 해야지"라며 盧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때는 흔들고 당이 나누어지니 떠나라고 해서 나갔는데 이것이 무슨 배신이냐고 반문하는 글이 올라왔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탈당할 거라면 대선 전에 신당을 만들어 그 당 후보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민주당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코 민주당을 배신한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임기 초기에 대통령이 무당적으로 남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ksig'는 "헌법이 규정한 정당정치의 위배"라며 "어려워도 민주당 내분을 봉합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것 저것 실험해 보는 것은 좋은데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 동안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 네티즌도 있었다.

대통령의 무당적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노무현당'이 있는데 무당적이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edward'는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어느 한 정파에 소속되지 않아야 국정 운영이 잘되고 정치 개혁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sangroksoo'는 "신속히 결정하기를 잘했다"며 "중립으로 남아서 국정과 민생안정을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의 탈당이 정치권의 세력 재편이나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네티즌 'csooo'는 "정치권의 전환기가 시작됐다"며 "'지역 철밥통'들이 물갈이될 것"이라고 썼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결정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보다 정치개혁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지지해준 사람을 배신한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들을 뒤로 하고 정치권이 이제는 제발 좀 나라를 위해서 힘 좀 써 달라고 주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musilheo'는 "모든 입장이 정리됐으니 쓸데없는 정쟁은 그만두고 각자 선의의 경쟁을 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은 지쳤으니 흠집내기는 그만하고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라"거나 "편을 갈라 싸움만 하지 말고 잘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