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제 피하려다 ‘조·조 갈등’에 발목 잡힌 10조 재건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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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호 11면

반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

총 사업비만 1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사진) 1·2·4주구 재건축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관리처분 좌초 #환수제 부담금 4억 피하려 서둘러 #조합원 266명 주택 배정에 불만 #무효확인 소송 제기해 승소 판결 #10월 이주 앞둔 2120가구 발 묶여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16일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인 한 모 씨 외 266명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총회를 열어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를 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4~9월 철거, 같은 해 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발목을 잡아 이주는 어렵게 됐다.  5층 이하 2120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최고 35층, 5388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었다.

조합 측이 항소해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대로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되면 여파가 크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받을 경우 재건축초과 이익환수제(환수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으나 유예됐다가,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부터 준공 때까지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주변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을 뺀 금액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해 1월 환수제를 앞두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부과될 예상 부담금을 공개했을 당시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액이 4억3900만원, 최고 8억원이 넘는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큰 평형대가 많아 예상 부담금이 가구당 평균 4억 원대로 예상됐으나, 정부가 밝히 부담금 최고액 8억원 대상 단지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둘렀던 것이 화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주요 강남 재건축 사업장은 관할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였다.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도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서둘러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가구 배정에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걸 문제 삼았다.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할 때 전용 107㎡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의 경우 ‘1+1’로 2주택을 신청할 수 있었다. 다만 ‘전용 59㎡+135㎡’은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해놓고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신청을 허용해 혜택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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