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해 경제력을 키우는 ‘평화경제’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며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분석]
문 대통령이 구상한 평화경제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단숨에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북한의 경제 규모가 한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경제 운용 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북한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35조6705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는 남한 GDP(1898조4970억원)의 1.8%에 불과하다. 북한 전체 경제 규모는 광주광역시(35조3710억원)나 대전광역시(37조3030억원)의 2017년 지역총생산(GRDP)과 맞먹는 수준이다. 남북이 당장 경제 통합을 이룬다고 가정해도 경제 규모 확대 효과는 광주ㆍ대전 정도의 행정구역이 하나 더 생기는 것에 그친다는 의미다.
또 북한 주민의 구매력(1인당 국민총소득)도 지난해 기준 142만8000원에 불과해 당장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합 후 북한 주민의 생활을 남한 수준에 근접하게 맞추려면 남한에서 걷은 세금을 북한에 지원해야 하는데, ‘마이너스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단기적 시나리오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긴 호흡으로 보면 잠재력은 무한하다. 우리 기업의 기술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하면 상당한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북한의 광물 자원과 인프라 개발 수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제공하면서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는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 북한도 남한의 투자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얻는 ‘윈윈’ 효과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철도와 도로 등으로 연결되면 ‘시너지’는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날 남북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8000만 단일 시장을 가진 세계 6위권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탕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2050년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며 “평화와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골드만삭스ㆍ현대경제연구원ㆍ국회예산정책처 등은 통일 한국의 2050~60년 1인당 GDP가 7만~8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 변화, 즉 개혁ㆍ개방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 대통령이 “세계 6위권 경제 대국”을 인용한 부분은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센터(CEBR)가 지난해 말 내놓은 ‘세계 경제 순위표’다. CEBR은 “통일된 한국은 2030년대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GDP 순위 6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 앞에 “남한 생활 수준으로 통일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이 40년 새 GDP를 85배로 키운 것처럼, 북한도 개혁ㆍ개방을 통해 경제 '덩치'를 지금보다 몇 배로 키워야 남북한 경제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경제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핵 등 정치ㆍ안보 리스크가 사라지고 시장경제화가 진전된 상태에서 경제통합이 돼야 비로소 ‘대박’이 될 수 있다”라며 “이렇게 경제가 통합되면 내수 시장 확대 효과 이상으로, 북한 문제에 따른 남한 사회의 갈등이 감소하는 편익도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