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출 늘이자 환율 맷집 강해진 정유사..."환 헤지 부담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SK에너지의 울산 CLX 공장 전경. SK에너지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석유제품 70% 이상은 수출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의 울산 CLX 공장 전경. SK에너지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석유제품 70% 이상은 수출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190억L.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정유 업계에서 통용되는 단위인 배럴로 따지면 1억1964만 배럴이다. 역대최고치다.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석유제품의 72.5%와 72%를 각각 수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60%가량을 수출하고 에쓰오일(S-OIL)도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제품 절반 가량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늘면서 정유사의 업무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가장 크게 변화한 건 환 헤지 업무 비중이다. 달러로 원유를 사는 정유사는 환율 변화에 민감했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서면서 환율 변화에 따른 손해가 줄어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에 따른 매출채권이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해도 자연스럽게 헤징이 된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를 경우 달러로 들여오는 원유 수입 가격이 오르는 만큼 석유제품 수출 단가도 상승하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압박을 정유사가 버텨내고 있는 이유다. 1155.50원(6월 28일)을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3일 1223원으로 올랐다.

정유사를 괴롭히는 건 환율이 아닌 국제유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더해 원유 운반 주요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 군사 갈등이 더해지면서 국제유가 변동 폭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

최근 3개월 간 원달러 환율.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자료 KEB하나은행]

최근 3개월 간 원달러 환율.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자료 KEB하나은행]

이달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9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53.95달러를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7.9% 하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4년 사이 최대치다. 하락세를 보이던 WTI는 13일(현지시각) 9월 인도분 기준으로 배럴당 57.10달러를 기록해 전 거래일보다 4.0% 뛰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발표한 성명 때문이었다. USTR은 이날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일부 품목에 대해 올해 12월 15일까지 관세 부과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가 춤을 추면서 정유사 주가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3.8% 하락한 15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14일 종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3.95% 오른 15만8000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에쓰오일의 13일 종가는 8만5100원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4.06% 하락했다. 이 회사의 14일 종가는 전일보다 4% 오른 8만8500원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이희철 KT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이라며 “당분간 석유화학 수요도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