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대화체제 복원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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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와 정부가 뇌사상태에 빠진 당정관계의 복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야당을 배제한 청와대와 정부.여당 간의 협의체 개념이 아닌 행정부 대 국회 차원의 접근이다.

우선 청와대는 盧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민주당 박상천 대표,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회동을 추진 중이다.

4당 대표와의 회동 시기는 盧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6~9일) 직후가 될 전망이다. 의제는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다.

각 당대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회동은 성사 가능성이 크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현안에 따라 대통령이)국회 상임위원들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고건 국무총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高총리는 1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4당 원내총무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만찬에서 高총리는 각 당 원내총무 또는 정책위의장과 국무총리.국무위원이 참석하는 '국정협의 시스템'의 구축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高총리는 "4당과의 초당적인 협의를 통해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전달하고 각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高총리는 내주엔 4당 정책위의장과도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와 청와대는 각 당과 국회 상임위원회에 대한 '정책 설명회'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의 '고위 당정회의'가 대통령.총리와 4당대표.총무간의 지도부 회담으로, '부처별 당정회의'가 정책설명회로 대체돼 나가는 양상이다.

당정협의 제도는 1965년 4월 8일 박정희 대통령이 '정당과 정부 간의 유기적인 협조 개선방침에 관한 지시각서'를 시달한 뒤 4월 20일 국무회의 의결로 도입됐다.

이후 30여년 간 당정협의제도는 집권세력의 정책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원내 다수이던 집권당과 정부 간의 연결고리로 기능했다.

하지만 원내 소수세력이자 공동정부로 출범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당정협의 제도의 퇴조 및 변형이 이뤄졌다.

우선 DJ정부 시절엔 고위 당정회의 대신 공동여당 내 정책 조율을 위해 총리.대통령비서실장.국민회의와 자민련 부총재 및 당 3역이 참여하는 '국정협의회'가 작동됐다.

한편으론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여야 정책협의회'를 운영했다. 그러나 국정협의회는 공동정부의 붕괴로 가동이 중단됐고, 여야 정책협의는 정쟁으로 인해 단 두차례만 개최됐다. 모두 실패로 끝난 셈이다.

소여(小與)의 대통령보다 무당적을 선택한 盧대통령은 정치적으론 대립하더라도 정책문제는 협력을 기대하는 이른바 '정치.정책 분리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盧대통령이 추구하는 새로운 당정 모델이 정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가장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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