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호 태풍 크로사가 몸집을 키우면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기상청은 14일 오후 4시 “태풍 하부의 ‘눈(태풍의 중심)’이 타원 형태로 변해, 긴 쪽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영향 반경이 확대됐다”며 “동해 진출 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땅콩 모양으로 갈라진 ‘태풍의 눈’
천리안2A 영상을 보면, 크로사의 ‘태풍의 눈’은 두 갈래로 나뉘어 땅콩 형태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 상층의 눈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태풍 하층의 눈이 타원형으로 길어지면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눈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현상은 드문 일이다. 보통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면 눈이 ‘흐려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타원형으로 늘어지는 일도 거의 없으며, 상하층의 눈이 다르게 변화하는 것도 극히 드문 경우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아직 분석을 더 해봐야 하지만, 크로사가 바다 위에서 9일간 천천히 움직이면서 바다 하층의 차가운 물도 끌어올렸을 수 있다”며 “몸집을 일단 크게 불렸지만, 뒤늦게 그 찬 기운으로 인해 태풍 아래쪽부터 중심부의 힘이 약해지면서 눈이 늘어났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영향지역도 넓어져, 동해안‧경남 남해안 직접 영향권
14일 15시 현재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시속 115㎞, 강풍반경 430㎞인 중형 태풍 크로사는 시속 12㎞로 일본 쪽으로 이동 중이다.
15일 오전 3시 상륙 후에는 시속 21㎞ 이상으로 일본 내륙을 훑고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면을 지나면서 마찰로 인해 세기가 약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14일 오후가 크로사로서는 ‘최고점’을 찍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태풍이 진행하면서 타원형의 눈은 점점 늘어나, 태풍의 영향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로대로라면 크로사는 12시간 동안 일본 땅 위를 지난 뒤 15일 오후에 동해 상으로 빠져나가고, 울릉도‧독도와 동해안, 부산 등 남해안 지역을 강타한다.
윤 사무관은 “태풍 크로사는 일본 땅을 지나면서 많이 약화하고, 경로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경로보다 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하지만 일단은 예비특보가 내려진 동해안과 남해 동부 해안가 지역까지는 직접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밝혔다.
태풍의 영향으로 16일 오전까지 강원 영동과 경상 해안가는 시간당 20~50㎜의 강한 비, 많은 곳은 총 30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최대 순간풍속 시속 72㎞에 달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돼, 기상청은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를 당부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