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빚내서 공원 부지 사들이는 대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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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산 등산로. 청계산 공원의 70%는 사유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서울 청계산 등산로. 청계산 공원의 70%는 사유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113만㎡ 규모)은 1965년 처음 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전체 공원 땅 중 60% 정도인 75만㎡는 사유지다. 내년 7월 전에 이 땅을 지자체에서 사들이지 않으면, 공원 땅 일부는 공원 부지에서 풀린다. 지주들이 공원 땅을 개발하거나, 팔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합법적인 재산권 행사다. 난개발 우려, 공원 부족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이다.

도시공원일몰제로 2022년까지 300만㎡ 매입 #방치하면 공원구역 해제돼 난개발 등 우려

대구시가 빚을 내서 이런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공원 38곳 중 20곳을 사들이기로 했다. 지자체가 빚을 내서 일몰제 대상 공원 부지를 사들이는 것은 처음이다. 대구시는 14일 "'일몰제' 적용을 받아 공원에서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4846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20곳의 공원 내 사유지 300만㎡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4846억원 가운데 4420억원은 빚이다. 시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매입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지방채 발행은 자동차 등록사업소에서 도시철도 채권 같은 것을 시민들이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시 관계자는 "채권 발행 등 빚에 따른 연간 이자가 87억원 정도인데, 시에서 26억원 정도를 부담하면, 나머지 연간 이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가 매입키로 한 주요 공원 부지는 범어공원, 두류공원, 앞산공원, 학산공원, 망우당공원, 신암공원, 대불공원, 연암공원 등에 있다. 매입 대상이 아닌 나머지 18곳의 공원 가운데 3곳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위해 민간자본을 활용해 정리할 예정이다. 민간자본이 들어갈 공원은 수성구 대구대공원, 북구 구수산공원, 달서구 갈산공원이다.

이번 공원 매입대상에서 제외된 남은 15곳의 공원은 내년 7월 이후 공원에서 해제할 방침이다. 지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 공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매입 공원은 미세먼지, 폭염 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자연성을 최대한 살린 도시 숲으로 꾸밀 계획이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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