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창에 맺힌 물방울을 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방울이 아니라 그 안을 봅니다.
사실 사람의 눈으로는 정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뭔가가 보일 뿐입니다.
제대로 보려 휴대폰 카메라 렌즈의 힘을 빌렸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본 물방울 안은 희한합니다.
방울마다 나름의 세상을 품었습니다.
맺힌 방울이 제각각이듯,
그 안의 세상 또한 제각각입니다.
유별나거나 기묘하기도 합니다.
비닐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투명한 비닐에 맺힌 빗방울,
그것 또한 뭔가를 품습니다.
방울방울 세상을 품습니다.
나무며, 길이며, 사람이며,
비추는 대로 품습니다.
두꺼운 유리 밑에 맺힌 물방울 안을 봤습니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품은 것처럼,
물방울이 또 다른 물방울을 품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물방울이라도 뭔가를 품습니다.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어쩌면 물방울이 우주를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