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 만나주세요" 호소한 학생…교육청 "서면답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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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에게 "만나달라"고 호소한 자사고 학생의 청원글이 11일 오후 4시 기준 1555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에 대한 교육청의 답변 기일은 14일이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조희연 교육감에게 "만나달라"고 호소한 자사고 학생의 청원글이 11일 오후 4시 기준 1555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에 대한 교육청의 답변 기일은 14일이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자사고 학생들을 만나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을 올렸지만, 서울시교육청은 12일 해당 청원에 대해 서면 답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원인은 지난달 14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내 '시민·학생 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자사고 학생 대표'라고 밝히며 "(조 교육감은) 어떤 권리가 있으셔서 행복하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는 우리 학교를 흔드시는 겁니까"라며 "자사고 지정 취소의 최종 결정권은 교육부·교육감님이 아닌 우리 학생들에게 있다. 떳떳하시면 자사고 학생 대표단을 만나달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은 게재 하루가 채 안 돼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마감 이틀 전인 11일 오후 4시 기준 1555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민청원은 1만명, 학생 청원은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교육감이 3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이번 청원에 대한 교육감의 답변 기일은 14일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해당 청원에 대해 언급하면서 "청원 답변은 통상 서면으로 이뤄졌고, 지난해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 대성고 학생의 항의 청원의 경우 이례적으로 동영상으로 답변했다"며 "이번 경우는 '만나달라'가 청원 내용이라 어떤 방식으로 답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학생과의 만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여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청원에 대해 시교육청 실무자의 서면 답변을 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대를 모았던 자사고 학생과 교육감의 만남은 불발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개인정보를 전혀 남기지 않게 돼 있어, 청원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없다"며 "청원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교육청 입장을 최대한 상세하고 성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청의 태도에 대해 "청원 게시판의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이 청원을 올리기까지의 간절한 심정에 공감한다면 실무자 차원이 아닌 교육감이 나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는 이미 법적 공방에 들어가 시교육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청원자에게 '법적 해결을 함께 지켜보자'는 얘기라도 진정성있게 전달하며 이해를 구하는 태도를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원자가 원하는 것은 교육감과의 만남인데,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자사고 지정 취소 논리를 서면으로 다시 한번 반복해 전달하는 게 청원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통을 중시한다는 진보 교육감이 이처럼 청원자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청원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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