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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간당간당하던 전력, 올여름엔 남아돌아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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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4일 경기도 관악산 계곡을 찾은 어린이가 떨어지는 폭포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4일 경기도 관악산 계곡을 찾은 어린이가 떨어지는 폭포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엔 ‘간당간당’, 올해엔 ‘여유만만’.

들쑥날쑥한 전력 수급 얘기다. ‘7말 8초’를 지나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올해 여름철 전기가 남아돌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전력 수급 예측 오차가 크다는 건 그만큼 사회적 낭비도 늘었다는 얘기다.

절기상 말복인 11일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9일로 85.9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 수요(7월 24일ㆍ92.5GW)보다 6.6GW 낮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측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89.5∼91.3GW)에도 3GW 이상 밑돈다.

이날 남는 발전량(발전 설비 예비력)은 26GW 수준을 기록했다. 1GW급 원전 26기가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에도 가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비율은 40%에 달했다. 2003년 집계 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절기상 입추인 8일엔 최대 전력수요가 84.4GW를 기록했는데 이날 공급 예비력(공급능력-최대 전력 수요)은 12.9GW(예비율 15.2%)였다. 역시 역대 최대였다. 산업부는 통상 10GW 안팎을 안정적인 공급 예비력으로 본다.

여름철 전력 최대 수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름철 전력 최대 수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여름 전력이 크게 남아돈 건 지난해보다 덜 무더운 데다 발전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하순 평균 기온은 31.1도였다. 올해는 같은 기간 26.8도를 기록했다. 8월 상순에도 지난해 31.1도에서 올해 같은 기간 28.8도로 떨어졌다.

게다가 정부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원료로 하는 발전 설비 용량이 지난해 11.9GW에서 올해 15GW로 3.1GW 늘었다. 윤요한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태양광 설비가 늘어도 일사량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전력이 남아도는 것과 연결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오락가락한 전력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급은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춰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일정 수준’ 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수요를 지나치게 예측해 전력이 남으면 낭비고, 수요를 모자라게 예측해 전력이 달리면 ‘전력 대란’을 맞을 수 있다. 지난해엔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대란이 임박했다. 전력 수요가 정부 예측을 크게 웃돌면서 공급 예비율이 7.5%까지 떨어졌다. 발전소 한 곳에서만 사고가 일어나도 2011년 ‘대정전’ 사태가 재연될 뻔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 수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ㆍ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이란 지적은 전력 수급과 맞지 않다”며 “전력이 모자라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것보다 전력이 남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력은 모자라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남아도 고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국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며 “정교한 수요 예측을 통한 전력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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