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서 시신이 무더기로…갱단 다툼에 범죄율 치솟는 멕시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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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연방 경찰.[EPA=연합뉴스]

멕시코 연방 경찰.[EPA=연합뉴스]

멕시코 시내 곳곳에서 마약밀매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숨진 사람들은 마약 밀매 조직 간 세력 다툼 속에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언론은 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주의 우루아판 시내 세 곳에서 총 19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시신들은 다리, 인근 길가 등 시내 중심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발견됐다. 다리에서 발견된 시신들 옆에는 지역 내 마약밀매 조직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플래카드가 함께 걸려있었다. 플래카드에는 경쟁 조직을 향해 경고하는 내용이 적혔다.

지역 수사당국은 "마약 생산과 유통, 소비와 관련한 활동을 장악하기 위한 지역 갱들의 영역 다툼"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는 최근 들어 범죄율이 치솟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1만 4603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1만 7138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80건 이상의 살인이 일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살인 사건의 상당수는 마약·폭력 조직 간 다툼으로 일어났다. 시신 19구가 무더기로 발견된 미초아칸주도 마약밀매 조직 관련 범죄가 빈번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마약밀매조직 수장을 잡기 위해 조직을 와해시키면서 조직 내부 간 다툼이 빈번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해체된 조직에서 나온 조직원들은 또 다른 조직을 만들어 범죄를 일삼고 있다. 과거 멕시코 일부 국경 지역에 집중됐던 마약밀매 조직활동은 치안이 가장 좋았던 멕시코시티로까지 번졌다.

마약밀매 조직원 간의 다툼은 일반인과 언론을 향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지역 신문사는 한 괴한들의 공격을 당했다. 괴한들은 자정을 넘긴 시간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피랄의 지역 신문사 엘모니토르데팔라에 침입해 집기들을 부수고 화염병을 던졌다. 범인들의 정체와 범행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신문사는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범죄 관련 기사는 절대 쓰지 않겠다"며 범죄 조직에 손을 들었다. 이 밖에도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오토바이 날치기, 무장강도, 절도 등 크고 작은 범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2인조 무장강도고 조폐국에 침입해 30억원 상당의 금화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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