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사진관]해발 1507m 지리산 노고단은 지금 들꽃 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리산 노고단 정상 야생화 군락지에 달맞이꽃이 피었다. 밤에 피는 꽃이라고 해서 일명 '월견초(月見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밤에 달을 그리며 핀다고 해서 '야래향(夜來香)'이라고도 부른다. 꽃 뒤로 섬진강에서 올라온 운해가 깔렸다. 김상선 기자

지리산 노고단 정상 야생화 군락지에 달맞이꽃이 피었다. 밤에 피는 꽃이라고 해서 일명 '월견초(月見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밤에 달을 그리며 핀다고 해서 '야래향(夜來香)'이라고도 부른다. 꽃 뒤로 섬진강에서 올라온 운해가 깔렸다. 김상선 기자

해발 1507m 지리산 노고단 정상 야생화 군락지에 원추리를 비롯한 지리터리풀, 달맞이꽃, 날개하늘나리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만개했다. 노고단 정상 일원에 자생하는 야생화는 줄잡아 200여 종에 이르지만, 여름에 피는 야생화는 이 중 40여 종에 이른다. 꽃은 6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다.

지난 1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인근은 이른 아침부터 야생화를 감상하려는 탐방객들로 붐볐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출입통제소는 새벽 5시 문을 열지만, 탐방객들은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몰려들어 줄을 섰다. 이곳에 모인 탐방객들은 성삼재에서 5㎞ 남짓 걸어온 사람과 아예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사람들이다.

아침 5시 출입통제소 문이 열리자 탐방객들이 일제히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탐방을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초과인원이 발생하지 않으면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김상선 기자

아침 5시 출입통제소 문이 열리자 탐방객들이 일제히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탐방을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초과인원이 발생하지 않으면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김상선 기자

야생화가 뒤덮은 노고단 정상 일대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고산지대와 산지대 사이에 존재하는 아고산대 초원 지대다.
처음부터 이곳이 야생화가 번창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주변에 군사와 통신시설이 들어서고 등산객들이 야영지로 활용하면서 이곳은 잡초도 살 수 없을 만큼 헐벗은 땅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0년대부터 정상 부근을 자연휴식년제와 복원 사업을 병행해 사람들에 의해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해 오고 있다.
노고단 일대의 야생화 군락지 탐방을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여름철 탐방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탐방객들이 데크 길을 따라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800여m에 불과하지만 길 양 옆에서 야생화와 조우하는 즐거움은 크다. 되도록 천천히 걸어야 제대로 보인다. 김상선 기자

탐방객들이 데크 길을 따라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800여m에 불과하지만 길 양 옆에서 야생화와 조우하는 즐거움은 크다. 되도록 천천히 걸어야 제대로 보인다. 김상선 기자

노고단과 천왕봉, 반야봉은 지리산의 3대 봉우리다. 노고단 정상에 오르면 360도로 시야가 확 트여 가까이 반야봉을 비롯해 천왕봉까지 100리 주 능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침없이 바닥으로 내리뻗은 능선은 지평선처럼 멀고 먼 다른 산들의 능선과 이어진다. 구례와 하동을 돌아 나가는 장엄한 섬진강의 물줄기도 한눈에 들어온다.

노고단 정상 부근 피어 있는 야생화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김상선 기자

노고단 야생화 군락지를 찾은 탐방객들이 주변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섬진강에서 올라온 운해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동하며 산 풍경을 수시로 바꿔 놓는다.

정상은 전국 최대의 원추리 군락지다.  강한 바람과 연중 낮은 기온 때문에 키가 큰 나무조차도 자잘 수 없지만, 원추리는 예외다. 아마도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닥에 누울 듯 휘어지는 원추리의 몸통 구조 덕분이 아닐까.
원추리만큼 다른 이름을 많이 가진 꽃도 드물다. 의남화, 망우초, 모애초, 합환화, 금침화 등 다양하다.  약초와 식용으로 쓰이는 탓에 그런듯하다.

구릿대 너머로 아침 동이 터오고 있다. 하얀 속살을 자랑하는 구릿대 꽃도 붉고 강렬한 아침 태양 앞에서는 자신의 색을 감추고 말았다.

'천상의 화원'으로 향하던 한 여성 탐방객이 허리를 굽히고 야생화를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하얀 구릿대 꽃이 여성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듯하다.

지리터리풀꽃. 몸통도 꽃도 모두 자줏빛이다.

범꼬리. 범의 꼬리와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돌채송화가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사이를 비집고 개화했다.

아침 운해가 노고단 고개 아래로 깔렸다. 지리산의 운해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수시로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꿀풀. 보랏빛 꿀풀이 만개했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서 자라는 흔한 들꽃이다.

일월비비추. 마치 여인이 머리에 꽂는 비녀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명 자잠(紫簪)이라고도 한다.

술패랭이꽃.

동자승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동자꽃.

돌양지꽃이 바위에 바짝 엎드려 피었다.

기린초가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는 데크 길 사이에 피었다.

노고단 정상에서 대피소로 가는 길목에 핀 큰까치수염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