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주미 대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돼온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대사직을 사양했다. 문 특보는 8일 통화에서 “곧 일흔이 된다. 한국에서 할 일도 아직 많아 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문 특보가 주미대사를 고사하면서 당분간 조 대사가 직을 더 유지할 전망이다.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그룹 중에서도 고참격으로, 특유의 친화력과 탁월한 영어 실력 등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중국적자였던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점과 거침없는 언사로 야권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문정인 주미대사 임명은 오만과 독선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가 심한 점이 부담이 됐느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만 했다. 문 특보가 애초 청와대의 주미 대사 제안 단계부터 거절했다는 얘기도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