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꼬리표' 시달린 노승권, 인사 12일만에 늦은 사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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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사의를 표명한 노승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진공동취재단]

7일 사의를 표명한 노승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진공동취재단]

노승권(54‧사법연수원 21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노 검사장의 사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중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배는 7명으로 줄었다. 윤 총장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부터 검사 60여명이 옷을 벗는 이른바 ‘인사 파동’이 중간 간부 인사 발령이 끝난 이후까지 이어지게 됐다.

TK 대표주자이자 우병우 대학 동기 #'우병우 사단' 의혹에 "진실 밝혀진다" 부인

중수부 거친 '특수통', TK 대표주자 사직

노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오늘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검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을 공부하였고, 운 좋게 검사가 되어서는 공직자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많은 선후배, 동료, 검찰 직원, 파견 직원들과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인해 검사생활은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출신의 노 검사장은 서울대 법학과 84학번이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95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그는 대검 중앙수사1과장을 역임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TK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그가 검찰을 떠나면서 고검장‧검사장급의 윤 총장 선배 기수 중 영남 출신은 단 1명만 남게 됐다.

'우병우 사단' 꼬리표…"진실 밝혀질 것"

노 검사장은 ‘우병우 사단’이란 의혹을 받아왔다. 그가 대구 출신인 데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검사장은 “(내가) 우병우 사단이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2017년 대구지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대구지검장이었던 노 검사장은 우 전 수석과의 인연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검찰 출신의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윤석열 지검장은 노 검사장이 우 전 수석 사람이라는 지적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며 “오히려 노승권은 우병우를 싫어한다고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 검사장은 “구차하게 제 입으로 설명하지 않겠다.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노 검사장의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는 “노 검사장이 우 전 수석과 대학 동기이고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은 있지만 ‘우병우 사단’ 명단 자체는 실체가 전혀 없었다”며 “노 검사장은 초임 검사 때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소위 ‘잘 나가는 검사’였다. 우 전 수석이 챙겨준 일은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노 검사장은 2016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근무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의 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특별검사팀이 꾸려지기 전까지 이른바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다. 그는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기면서 우 전 수석과의 인연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록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근거가 됐다.

검사로서 퇴직하려는 마음에 뒤늦게 사표

노 검사장은 지난달 26일 검사장급 인사가 발표 나고 12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지난달 검사장 인사가 발표 나기 전후로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들은 일찌감치 사의를 표했다. 그가 이례적으로 늦게 사표를 낸 건 검사로서 퇴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노 검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이번 인사 전까지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법원 소속이다. 소속이 검찰로 다시 변경된 이후 사표를 낸 것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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