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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명운 건 '100일 전쟁' 돌입…5번 고비에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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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관계는 ‘1차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관건은 "이게 언제까지 가느냐"다. 외교가에선 "앞으로 100일 간 5개의 고비가 있을 것"이라 본다. 양국 관계가 반전을 맞느냐, 파국으로 가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또 하반기 외교 캘린더에는 유엔 총회(9월)와 새 일왕 즉위식(10월) 등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향후 3개월이 양국 관계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8월15일 광복절, 지소미아 만기일 등 '고비' #9월 유엔 총회, 10월 일왕 즉위식 계기 있어 #안 되면 아세안+3 등 다자회의서 풀어야 #日은 일찌감치 "한국에 달려 있어" 선 긋기

① 8월15일 문재인 대통령 대일 메시지는

우선 오는 8·15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발신하는 대일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광복절 메시지는 대일 정책의 방향을 담고 있어 중요하게 다뤄져 왔지만, 과거사 문제가 무역분쟁으로 번진 현 시점에선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메시지의 강온 여부에 따라 한일 무역전쟁이 확전으로 갈지, 봉합 수순을 밟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수위 조절의 문제일 뿐 비판적 시각이 담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앞서 일본 각의의 결정 직후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열흘 만에 이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지난해에는 대북 대화 기조에 맞춰 일본을 향한 메시지도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② 8월 후반 지소미아 연장, 휴전 VS 갈등 본격화 갈림길

외교가에선 한·일 간 안보 협력 협정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시점인 이달 24일까지는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나서 곧바로 일본 정부가 공표한 화이트국가 배제 조치 시행일(28일)이 이어지기 때문에, 양국 간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에 “일측이 화이트국가 명단 배제를 강행하면 지소미아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이후 '지소미아 파기 논란'이 빚어지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여권 일각에선 "파기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으로 성의를 보였는데도 일본이 화이트국가 배제를 강행할 경우 한국 내 강경 여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③ "9월 유엔총회 한·일 정상회담, 미국이 주선해야"

미 전략연구소(CSIS)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유엔 총회를 한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유엔 총회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9월 17일 개막한다.

유엔 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CSIS 보고서는 6월 일본 오사카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ㆍ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잃어버린 기회”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은 (한일 양국 관계의) '리셋 버튼'을 누르기 위해 유엔 총회 때 두 정상 간 만남을 강력하게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유엔 총회 때(9월 25일)는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④1 0월 22일 새 일왕즉위식

유엔 총회마저 넘기면 나루히토(徳仁) 새 일왕의 왕위 계승식(10월 22일)이 다가온다. 이 기간은 일본의 국가적인 잔칫날인 만큼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꽉 막힌 양국 관계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일본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일본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한국 등 195개국 정상ㆍ대표를 포함해 해외 인사 25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해외 정상들을 대상으로 10월 23일에는 아베 총리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도 열릴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도 있다.

⑤ 10~11월 아세안+3 등 다자회의  

마지막 기회는 10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한ㆍ중ㆍ일 정상회의 또는 11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아세안+3과 APEC은 한국과 일본이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온 다자 정상회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017년 11월 1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PICC에서 열린 제 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017년 11월 1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PICC에서 열린 제 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단, 지난 달 29일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는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전향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에서도 정상 간 대화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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