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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따라 찾아오는 그놈들···"어민들 10년간 1000억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7월 전남 함평군 주포항 인근 양식장에서 수온 상승으로 집단 폐사한 돌돔들이 수면에 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전남 함평군 주포항 인근 양식장에서 수온 상승으로 집단 폐사한 돌돔들이 수면에 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지역 어민에게 비상이 걸렸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 바다의 3대 불청객으로 불리는 고수온·적조·해파리가 한꺼번에 덮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이 중 하나만 나타나도 양식장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할 수 있어 어민과 수산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전남에서 고수온·적조·해파리로 입은 어민 피해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고수온 관심 단계' 발령…전남도 비상 #여름 3대 불청객…10년간 1000억 이상 피해 #道 "예찰·장비 강화…어민 피해 최소화 노력"

5일 전남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해역에 고수온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고수온 주의보는 섭씨 28도에 이르면 내려지고, 주의보 7~10일 전후에 관심 단계가 발령된다.

해수부는 지난달 장마가 끝난 뒤 남해·서해 연안을 중심으로 수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고수온 관심 단계를 내렸다. 고수온 특보제를 운용해 온 해수부는 지난해부터 선제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주의보 전 '관심 단계'를 신설했다.

지난해 8월 전남 장흥군 관산읍 한 육상 양식장에서 관리자들이 기록적인 폭염에 집단 폐사한 광어를 뜰채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전남 장흥군 관산읍 한 육상 양식장에서 관리자들이 기록적인 폭염에 집단 폐사한 광어를 뜰채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해역은 올해도 뜨거울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완도·고흥 일대 해상은 22.7도를 기록했고, 여수 바닷물 온도는 26.4도까지 올랐다.

전남도는 조만간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고 있다.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해서다. 바닷물이 30도를 넘나들면 양식장 어패류는 폐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돌돔 등 어류는 수온 쇼크와 생리 기능 저하, 면역력 약화, 산소 부족 등으로 떼죽음할 수 있다. 전복 등 패류는 먹이 활동과 성장도가 더뎌지고,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수산 당국은 설명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전남 지역에 설치된 육상 수조식 양식장은 1294곳, 해상 가두리 667곳, 축제식 양식장은 320곳에 달한다. 가두리 양식은 그물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그물 안에 가두어 기르는 양식이고, 축제식 양식은 바닷가에 저수지와 같이 수심 2m 내외의 웅덩이를 만들어 바닷물을 교환하면서 어패류를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

지난해 7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된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해상에서 배들이 황토를 뿌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된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해상에서 배들이 황토를 뿌리고 있다. [뉴시스]

전남 지역은 지난해 7월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폭염으로 바다 수온이 28~30도를 웃도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돼 7개 시·군, 어가 553곳에서 어패류 5410만 마리가 집단 폐사해 471억원의 피해가 났다. 어민들은 "올해도 지난해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애를 태우고 있다.

고수온에 영향을 받는 적조(赤潮)도 걱정거리다. 적조는 플랑크톤(수중생물)이 갑자기 엄청난 수로 번식해 바다나 강 등의 색깔이 붉게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 등이 어류 아가미에 붙어 호흡 장애를 일으켜 대량 폐사의 원인이 된다. 전남에서는 최근 10년간 적조가 5차례 발생해 593억원의 피해를 냈다.

아열대성 해파리 떼도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 해파리 떼가 덮치면 어구 파손은 물론 물고기 품질과 가격이 떨어져서다. 수산 당국은 "지난달 동중국 해역에서 고밀도로 출현한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조만간 국내 해역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해마다 전남 득량만과 고흥군 남부 해역에는 보름달물해파리가 대량으로 나타나 어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전남도는 고수온·적조·해파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고수온 대비 상황반을 편성하고,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액화 산소 공급기 100대와 산소발생기 80대, 차광막 2000롤, 액화산소 1000kg 등의 장비를 확보했다.

'적조 대응 상황실'의 예찰 활동도 강화했다. 예찰 선박을 기존 6척에서 12척으로 늘리고, 명예감시원 213명을 위촉했다. 시·군에는 27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지난해 8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도목리 한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우럭이 물 위에 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도목리 한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우럭이 물 위에 떠 있다. [연합뉴스]

또 양식 어장별로 방제장비 1977개와 황토 6만8000t도 확보했다. 적조 발생 즉시 투입되는 해양환경정화선 4척(125t급) 정비도 마쳤다. 가두리 임시 대피지(안전 해역) 6곳(69ha)도 지정했다.

해양수산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해파리 피해 방지 대책반'도 꾸렸다. 분쇄기(9대), 절단망(135개), 동원 어선(149척) 등 해파리 제거 장비를 갖췄다.

양근석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고수온과 적조 현상이 우려되는 해역의 예찰 결과와 수온 정보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신속히 공유하고, 민·관·경이 긴밀한 대응 체계를 유지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주포항 인근 해상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돌돔의 사체가 물 위에 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주포항 인근 해상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돌돔의 사체가 물 위에 떠 있다. [연합뉴스]

무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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