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걸리버, 과학 나라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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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걸리버 과학 탐험기

조나선 스위프트 원작, 이인식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40쪽, 9500원

국내에 완역본이 처음 등장한 1992년 이전까지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이용 동화로 소개됐다. '걸리버 여행기'는 주인공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과 하늘의 섬나라, 미인국 등 상상의 나라 네 곳을 탐험하는 4부작이다. 1726년에 나온 이 문학사 최고의 풍자 소설은 정치적 탄압 탓에 기나긴 세월 동안 앙상한 뼈대로만 전해졌다.

세월이 흐른 뒤에 나온 완역본은 성인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나 원작은 청소년들이 가까이 하기엔 좀 어렵고 복잡했다. 이 책은 과학저술가 이인식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쓴 '걸리버 여행기'다. 원작의 제 3권에 해당하는 하늘의 섬나라 '라퓨타' 여행기를 쉽게 읽히도록 각색했다.

라퓨타는 거대한 천연자석을 조종해 하늘을 이리 저리 떠다닌다. 과학적인 원리로 움직이는 나라를 여행하는 만큼 여행담도 과학적 체험으로 가득하다. 괴짜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하고 공부하는 '아카데미'에는 오이에서 태양빛을 뽑아내는 연구에 8년을 매달린 학자가 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단락에서 저자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바이오매스(생물자원)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걸리버가 거미줄을 이용해 비단을 만들어내는 연구자를 만나는 이야기 뒤엔 유전공학을 이용해 거미줄의 단백질 성분을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렇게 저자가 따로 삽입한 '걸리버 백과사전' 목록은 향신료.해적.점성술.연금술.우울증.유령.아리스토텔레스.영구기관.아리스토텔레스.데카르트.에피쿠로스.세계어 등 40개에 달한다.

지난해 저자가 거인국편을 각색해 쓴 '걸리버 지식 탐험기'의 속편 격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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