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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제외 후폭풍…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우승한 경기도청 컬링팀이 금메달을 들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우승한 경기도청 컬링팀이 금메달을 들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스포츠계에도 후폭풍이 몰아쳤다.

남자프로농구, 일본 전지훈련 취소 #여자컬링 2팀, 일본 국제대회 출전 철회 #일각에서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운동까지 #"정치적 이유로 선수들만 피해" 주장도

한국 남자프로농구팀들은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잇따라 일본전지훈련을 취소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는 자매결연 중인 일본 농구팀 시부야와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백지화했다.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국제정서를 감안해 시부야에 양해를 구하고 취소했다. 전지훈련지를 강원도 속초로 바꿨다”고 전했다.

원주 DB는 전지훈련지를 일본 가와사키로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서울 삼성, 안양 KGC인삼공사, 인천 전자랜드 등도 일본 전지훈련지를 취소하거나 변경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승리가 확실시되자 현대모비스 양동근, 함지훈, 문태종, 이대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승리가 확실시되자 현대모비스 양동근, 함지훈, 문태종, 이대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컬링 2팀은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대회 출전을 철회했다.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은 지난 1일 개막해 4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열리는 월드컬링투어(WCT) ‘홋카이도 은행 컬링 클래식’에 나서지 않았다. 팀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와 선수들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출전을 취소했다.

만약 지금같은 한일관계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프로야구 전지훈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프로야구 두산, 한화, KIA, 삼성 등이 지난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바 있다.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감독은 4일 인스타그램에 일본에 홈을 허용하지 말자는 글을 남겼다. [사진 이만수 인스타그램]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감독은 4일 인스타그램에 일본에 홈을 허용하지 말자는 글을 남겼다. [사진 이만수 인스타그램]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 감독은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야구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전 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과 협력프로젝트도 일시 중단하겠다”면서 “좋은 포수는 상대가 거친 슬라이딩으로 홈을 파고들어도 절대로 홈을 내주지 않는다. 일본이 역사왜곡과 수출규제로 우리를 공격해와도 멋진 포수처럼 우리나라를 잘 지켜냅시다”라고 적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내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이 불참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쿄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제안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한국선수단이 후쿠시마 방사능에 노출되는걸 막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에 불참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한국 스포츠계의 결정을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스포츠 선수들이 피해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자컬링 경기도청은 지난달 국가대표에 뽑힌 뒤 첫 국제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컬링은 월드컬링투어에서 랭킹포인트를 쌓아야 그랜드슬램에 출전할 수 있다. 4년간 땀흘리며 도쿄올림픽만 바라 본 선수들도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스포츠를 정치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는 우리가 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스포츠를 정치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는 우리가 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 갈등에 청춘의 꿈을 꺾어서는 안된다. 스포츠를 정치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는 우리가 지는 길이다. 경기도와 춘천시가 일본 컬링대회에 선수단 파견을 취소하는 일은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서로 전쟁을 하더라도 국제경기는 참여해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는게 스포츠 정신이다. 대회장소가 일본이라는 이유로 국제경기를 보이콧하는 걸 어떤 나라가 이해해주겠습니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경제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일본이 정치적인 사안을 이유로 경제보복을 단행해 자유무역체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도덕적 우위, 스포츠맨십을 가질 때 국제사회도 우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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