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 초 강서구의 한 혁신중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하며 그간 운영 성과를 치하하더니 넉 달 뒤 돌연 폐교 절차에 돌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6년 송정중 폐교와 마곡2중 설립 교육부 승인 #올 1월엔 "4년간 예산 지원, 학교 자치 인정" 약속
송정중 폐교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송정중 폐교 철회를 요구했다.
송정중은 올해 9년 차 혁신학교다. 지난 1월 서울 내에 단 4곳뿐인 '혁신자치미래학교'로 선정됐다. 혁신자치미래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하며, 혁신학교 가운데 성과가 뚜렷하고 모범적으로 운영됐다고 인정한 곳이다. 매년 5000만원씩 4년간 예산 지원을 받고 인사·행정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자치권을 폭넓게 인정된다. '2단계 혁신학교'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송정중은 혁신자치미래학교로 선정된 지 넉 달 만인 지난 5월 폐교 통보를 받고 내년 2월 말로 폐교된다. 교육청이 2016년 인근 마곡지구에 중학교(마곡2중)를 설립하기 위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때 송정중 폐교를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는 송정중을 포함해 인근에 있는 공진중과 염강초도 통폐합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시울시교육청은 3년 전에 이미 폐교하기로 결정한 학교에 올 초 향후 4년간 운영되는 혁신자치미래학교로 지정하는 '이상한 행정'을 한 것이다.
이날 송정중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굴러온 돌(마곡2중)이 박힌돌(송정중)을 빼낸 격"이라면서 "교육청이 마곡2중 건설비 260억원 가운데 210억원을 교육부에서 받아내기 위해 그간 강조해온 혁신교육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어 "아이들이 '우리 학교가 왜 폐교되느냐'고 물어볼 때 '송정중을 폐교해야 마곡2중 지원금이 나와서 그렇다'고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한 대답을 해야겠냐"고 반문하며 "송정중이 혁신학교에 실패했거나 도저히 학교를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게 아니라면, 아이들의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송정중 폐교는 이미 2016년도에 교육부 승인, 지난해 서울시의회 보고까지 마무리됐고 폐교 절차는 교육지원청에서 진행 중"이라면서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송정중 재학생의 3분의 2가 마곡지구에 거주하고 있고, 송정중과 마곡2중의 거리는 800m가 채 안 된다. 옆 학교로 이전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달라"면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통폐합은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엇박자 행정' 논란에 대해 해당 부서 관계자는 "올 초 송정중을 혁신자치미래학교로 지정할 때 폐교 예정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몰랐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송정중 폐교와 마곡2중으로 이전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지속해온 사안으로,학교 측에 폐교 통보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